“학칙 징계 기준에 해당 안돼”
경북 포항 한동대가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 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2민사부(임영철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한동대 학생 A(29)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학교 측의 무기정학 처분은 무효로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허가 없이 강연회를 개최해 학칙을 위반한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무기정학 처분 기준에 집회를 주동한 학생도 적용한다고 돼 있지 않다”며 “함께 강연회를 연 동아리 내 다른 회원들이 받은 징계와 형평성을 고려해도 무기정학은 과하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A씨와 ‘한동대 학생 부당징계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무효라는 판결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동대는 혐오와 차별이 결코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은 부당징계도 모자라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마녀사냥까지 했다”며 “이제라도 피해자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A씨의 성적 지향을 공개한 한동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2부(임영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16일 A씨가 학교법인과 교직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성적 지향을 공개한 교수와 한동대는 공동으로 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한동대 학술공동체 ‘들꽃’ 회원으로, 2017년 12월 교내에서 열린 페미니즘 강연을 기획했다. 강연회는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을 소개하고 성매매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볼 수 있는지 토론하는 자리였다. 한동대 측은 건학 이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해당 행사 개최를 불허했다. 들꽃 측이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자 2018년 2월 A씨를 무기정학 처분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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