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족 증가ㆍ공유 경제 확산… 차 소유 거부하는 2030
소유 관성… 차 포기 못하는 6070
‘밀레니얼 세대’ 나비효과? 서울시 7년 만에 차 등록건수 첫 감소
한정판 운동화를 거래하는 인터넷 플랫폼 운영자 오민규(31)씨는 ‘자전거족’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집에서 신사동 도산공원 사거리 인근 사무실로 출근한다. 버스를 이용해도 20여 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면 20분이 채 안 걸린다고 한다.
오씨는 “출근길에 차가 워낙 막히니, 자전거가 편하기도 하고 아침마다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혼자 사는 그는 아직 차를 사지 않았다. 비단 오씨만의 일이 아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엔 공유 전동 킥보드인 ‘지쿠터’ 5~6대가 놓여 있었다. 주변 직장인들이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1인형 교통수단이다.
오씨 같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초 태어난 세대)들 사이에선 요즘 ‘대안차’ 이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동차 대신 따릉이 등 공유자전거를 타거나 전동 킥보드 같은 1인형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20~30대가 부쩍 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소유보다 공유로 경제의 화두가 옮겨지고 있는 데 따른 변화로 보인다. 반대로 60~70대층의 자동차 소유는 증가해 세대별 자동차 소유에 대한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지는 추세다.
자동차 소유를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증가는 수치로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시가 30일 발표한 ‘2019년 시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0대의 자동차 등록 수는 46만894대로, 전년 48만1,328대보다 2만여 대가 줄었다. 10대부터 9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 중 30대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20~40대의 자동차 등록수도 모두 감소했다.
하지만 60~70대는 정반대였다. 60대는 지난해 자동차 등록 수가 51만4,662대로 전년(48만8,734대)보다 오히려 2만5,000여 대가 증가했다. 70대도 2018년 자동차 등록 수가 16만3,905대에서 지난해 17만620대로 늘어났다. 세대별로 자동차 향유 문화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자동차 구매 시기가 예년과 비교해 늦고, 차를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도 약하다”며 “자동차 소유에 대한 관성이 있는 60대 이상 장년층과의 차를 둘러싼 문화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레니얼 세대의 자동차 보유 감소는 서울의 차량 감소로 이어졌다. 서울의 2018년 자동차 등록 수는 312만4,651대에서 지난해 312만4,157대로 감소했다. 소폭이긴 하지만 자동차 등록수가 준 건 2012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서울의 인구 대비 자동차 보유수 비율은 3.1명당 1대로 조사됐다. 전국 16개 시ㆍ도 중 인구 대비 차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은 제주(1.1명당 1대)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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