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수용 일방 통보에 주민 위한 응급의료 대책도 없어”
“거주지역과 떨어진 곳은 청소년수련원인데 탁상행정” 비판
“우한교민 수용하려면 청와대로 데려가라!”
“천안시민은 무섭고 진천군민은 우습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의 귀국이 임박해진 30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하 인재개발원) 부근에선 교민 수용을 반대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전날 인재개발원 진입로를 막기 위해 인근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이 동원한 트랙터와 같은 중장비는 사라졌지만 이날 오전 10시부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몰려들면서 반대 시위는 재개됐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충북혁신도시뿐 아니라 진천군 내 다른 읍ㆍ면과 인근 음성군 주민들까지 집결해 낮 12시쯤에는 100여명이 모였다. 인재개발원에서 20㎞ 가량 떨어진 진천 광혜원면에서 온 주민 이모(66)씨는 “여기 바로 앞에 어린이집, 학교 수십 곳이 있는데 아랑곳 않고 격리수용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아서 나왔다”며 “진천군수도 모를 정도로 정부가 일방 통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인재개발원이 인구 밀집지역과 떨어져 외부와 단절된 점을 선정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날 본보가 찾은 인재개발원은 주택가와 불과 500m 떨어져 있었다. 8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와의 거리도 1~2㎞에 불과했다.
시위 현장을 찾은 경대수(충북 증평ㆍ진천ㆍ음성)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 따르면 인재개발원 반경 1㎞ 안에 어린이집 28곳과 초ㆍ중ㆍ고교 12곳이 있다. 학생 수만 6,500여명에 달한다. 혁신도시 지구 내에서 만난 주민 신모(37)씨는 “돌이 안된 딸아이가 있어 당분간은 아예 외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진천군 내에도 거주지역과 떨어진 청소년수련원 등이 있는데 여길 선정한 것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경 의원은 “국무총리와 복지부ㆍ행정부 장관에게 이곳이 악성 전염병 전파 위험이 있는 이들을 수용할 만한 장소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며 “주민에게 어떠한 설명이나 양해도 없이 위험천만한 결정을 한 정부는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전날 밤 이곳을 찾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교민 수용에 따른 안전 대책은 일절 내놓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한제희 덕산읍 이장단협의회장은 “충북혁신도시에는 감압시설은커녕 응급실이 있는 병원도 없어 전염될 경우 1시간 이상 걸리는 청주, 천안 등지로 나가야 한다”며 “교민 수용이 어쩔 수 없다면 응급의료 대책이라도 마련해줘야 하는데 일언반구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오전 주민들이 경찰의 경고를 받고 인재개발원 정문을 막던 트랙터와 화물트럭을 자발적으로 치우면서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다. 귀국한 교민들이 31일 이곳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기준 670여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진천=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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