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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 불안에… 결혼식 와달란 말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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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 불안에… 결혼식 와달란 말도 못해요”

입력
2020.01.30 17:18
수정
2020.01.30 20:5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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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 기피 현상… 식장 예약한 신랑·신부 발동동

“외식·음식 배달도 안심할 수 없어” 손님 끊긴 식당 등 자영업자 울상

헬스장·수영장·도서관 등도 텅텅… 청와대 앞 집회는 대부분 미뤄져

지난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옆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옆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결혼을 한 달여 앞둔 김모(31)씨는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때문에 남몰래 속을 태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예식장에서 식을 올리는데, 공교롭게도 국내 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 환자가 돌아다닌 곳에 강남 일대가 포함됐다. 하객들이 보증인원보다 적어 생돈을 쓰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지만 적극적으로 지인과 회사 동료 등에게 와달라고 부탁하기도 난감한 처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혼여행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예약을 하고 결제까지 끝냈다. 김씨는 “양가 어른들이 걱정해 신혼여행을 취소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며 “감염병 확산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이 많은 장소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애먼 이들에게 불통이 뛰고 있다. 결혼이나 장례식 등 인륜지대사를 치러야 하는 이들이나 손님이 사라진 자영업자 등은 애간장을 태운다.

30일 웨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잡혀있는 예식 일정은 어쩔 수 없이 소화하고 있지만 신규 상담 건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우한 폐렴이 언제 해결될 지 모르니 결혼이 한 두 달 남은 예비 신랑신부들은 섣불리 식을 취소하기도 곤란해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회식을 자제해 음식점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경기 수원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민규(35)씨는 “점심에는 직장인들이 그래도 찾아 오는데 저녁에는 손님 발길이 줄어 매상이 평소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만큼 이런 상태가 길어질지 몰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요식업계뿐 아니라 상당수의 헬스장, 수영장, 도서관 등도 당분간 개점휴업 상황이다. 온라인 맘까페 등에서는 “외식뿐 아니라 음식 배달도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직장인 김모(44)씨는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당분간 장례식장도 가지 않고 봉투만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이날 두 명 추가되면서 사회 분위기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를 연상시킨다. 그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9년(0.8%) 이후 최저치인 0.7%를 기록했고 자영업자는 9만8,000명 감소했다.

30일 오전 단골 집회 장소인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안하늘 기자
30일 오전 단골 집회 장소인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안하늘 기자

‘조국 사태’를 거치며 지난해 말까지 격하게 타올랐던 집회 열기도 수그러들었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은 거의 매일 집회가 이어지는 ‘단골 농성장소’이지만 이날 오전에는 1인 시위 한 두 팀 외에는 한산했다. 대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던 개혁완성 총선승리 광화문촛불시민연대도 내달 1일 열기로 했던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를 2주 연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한 폐렴 이후 집회 참가자가 2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 이외에 1인 시위 등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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