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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모르는 말이 주는 불편함

입력
2020.01.31 04:40
29면
6 0
공지의 목적을 되새겨 보면, 그 표현 때문에 읽을 이가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겪으면 안 된다. 채용 공고에서 쓰는 정형화된 표현에 20대가 집중했다는 것은 독자로서의 불편함을 넘어 저항감으로 느껴진다. 사진은 2019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공지의 목적을 되새겨 보면, 그 표현 때문에 읽을 이가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겪으면 안 된다. 채용 공고에서 쓰는 정형화된 표현에 20대가 집중했다는 것은 독자로서의 불편함을 넘어 저항감으로 느껴진다. 사진은 2019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보의 시대이다. 그런데 필요한 정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작년 한글날 주간에 시민들과 함께 공공언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공공기관 홈페이지, 신문 기사문, 대기업 공지문 등 일부를 골라, 기차역과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잘 모르는 표현이 있는지 물었다. 20대에서 70대까지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20대는 특히 기업 공채 관련 글에다가 의견을 많이 남겼다. 예를 들면, ‘서류에 기재된 내용, 부적합한 사유, 기재 착오 및 누락, 연락 불능 등으로 발생한 불이익’ 등을 수정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기재된 → 써진, 적혀 있는’, ‘부적합한 → 적당하지 않은’, ‘기재 착오 → 잘못 쓴, 잘못된’, ‘누락→ 빠짐’ 등으로 고쳐 썼다. 20대는 이런 표현이 좀 더 쉽게 적히면 좋겠다고 하였다.

사실 채용 과정에 쓰이는 정형화된 표현은 관습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취업에 청춘을 바치는 20대에게는, 인생을 결정할 말들이 모호하게 표현된 채 ‘착오로 인한 불이익은 본인에게 있음’이란 불공정하다. 소통이 안 된 원인은 글을 쓴 사람에게 있는데, 그 책임은 글을 읽을 사람에게 부담지우고 있다. 불행히도 20대는 그러한 관습에 거부할 권리가 없다.

공지의 목적을 되새겨 보면, 그 표현 때문에 읽을 이가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겪으면 안 된다. 채용 공고에서 쓰는 정형화된 표현에 20대가 집중했다는 것은 독자로서의 불편함을 넘어 저항감으로 느껴진다. ‘소젖보다는 우유, 우유보다는 밀크’처럼, 언어에는 현실적인 위계가 있다. 모르는 말이 권력과 같을 때 이런 말들은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설 수 있다. 공공언어를 보며 누군가가 저항 운동을 떠올려서는 안 될 일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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