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김학범(60) 감독이 생각하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의 비결은 ‘믿음’이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이 서로 믿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수들도 우리(코칭스태프)를 믿고 따르고, 우리도 선수들을 믿었기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앞서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부터 모든 경기에서 이기며 전승으로 대회 우승을 거뒀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성과도 함께 얻었다.
이날 김 감독은 “프로팀 관계자, 감독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하고 싶다”며 “훈련이나 선수 차출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명실상부한 ‘명장’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경기 전 승부처라고 생각한 지점은 체력, 교체선수 기용, 세트피스 상황이었다. 습도가 높은 태국 특성상 체력을 비축하고 있던 교체선수들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김 감독은 “연속적으로 뛰는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면서 승패 갈림길이 갈렸다”며 “그래서 이동경, 이동준과 같은 핵심 요원들을 교체 멤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선수를 기용하며 대회를 이끌어온 김 감독이기에 ‘아픈 손가락’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안준수(22ㆍ가고시마), 안찬기(22ㆍ인천대)선수였다. 김 감독은 한참 입을 떼지 못하다가 “골키퍼 특성상 자리를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내색 않고 훈련장에서 열심히 훈련해준 두 선수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대회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유일한 유럽파 정우영(21ㆍ프라이부르크)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정우영은 이번 대회 내내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김 감독은 “정우영의 폼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심적 부담감을 만들어 선수를 짓눌렀던 것 같다”고 했다.
매 경기 담담한 모습을 유지해 온 김 감독이지만, 위기는 있었다. 그는 특히 호주전을 고비의 순간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매 경기가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임했지만, 호주와의 4강전이 고비였다고 생각한다”며 “질 경우, 피 말리는 3ㆍ4위전을 치러야 하기에 부담되고 긴장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 대표팀에게 남은 것은 올림픽 본선 무대다. 아쉽게도 최종 엔트리가 18명에, 와일드카드 자리까지 고려하면 이번 대회를 함께한 선수 전원을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김 감독은 “(선수 기용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것”이라며 “팀에 필요한 선수,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갈 생각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메달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어떤 시합을 나가도 피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올림픽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어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일본보다는 위에 있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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