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세계무역질서의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책대응’ 보고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당사국인 미국보다 한국에 더 크게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와 과도한 중국 의존도 때문인데,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하려면 포괄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권고가 제기됐다.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확산되는 세계무역질서의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수준의 관세가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0.067%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0.608%포인트)보다는 하락 폭이 작지만, 우리와 유사한 수출구조를 가진 독일(-0.013%포인트), 일본(-0.018%포인트)은 물론 당사자국인 미국(-0.055%포인트)보다도 악영향이 크다.
미국과 중국이 2018년 12월 발표한 추가 관세인상 조치가 단행될 경우에는 GDP 하락 폭이 0.122%포인트로 커진다. 이 경우 중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1.079%포인트로 커지는 반면 미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0.023%포인트로 오히려 줄어든다.
현 수준의 관세가 유지될 경우 한국의 총 수출은 0.209%포인트, 대중 수출은 0.77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다시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 들 경우에는 총 수출 감소 폭은 0.377%포인트, 대중 수출 감소폭은 1.407%포인트로 더 커질 전망이다.
무역갈등의 부정적 영향은 이미 지난해 한국의 수출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1~3분기 한국의 수출은 또 다른 피해 국가로 지목되는 일본, 독일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 한국 수출은 2018년의 91.5%에 그쳤으며 2분기(91.4%), 3분기(87.7%)로 갈수록 감소폭이 더 커졌다. 반면 일본 수출은 2018년 대비 94.4~96.1%를 유지했고, 독일은 2분기(98.6%)를 제외하면 오히려 수출이 증가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수출 대상 상위 5개국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총 수출 대비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한국이 27%로 일본(20%), 독일(7%)에 비해 높고, 상위 5개국 수출 비중도 마찬가지로 한국(60%), 일본(56%), 독일(36%) 순이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고 수출 대상국가, 수출 품목의 집중도도 높다”며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미중 무역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CPTPP 가입이 필요하다고 KDI는 제안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일본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 사슬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여기에 편입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송 연구위원은 “CPTPP 회원국 내 투자와 중간재 무역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새로운 가치사슬이 생길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대상국이 중국 중심에서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적극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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