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운동장서 명함배부 가능”에 일선학교는 불편한 기색 역력
이번 총선부터 선거권 기준연령이 18세로 한 살 낮아지면서 ‘교실의 정치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예비후보자가 학교운동장에서 학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연설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발표하자 일선 교육현장에선 “선관위가 공을 학교에 떠넘겼다”며 떨떠름한 표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8일 ‘18세 선거권 부여에 따른 정치관계법 운용기준’을 발표했다. 예비후보자가 △학교 바깥은 물론 교내에서도 학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학교 운동장에서 연설을 하고 △입학식ㆍ졸업식에 참석해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선거법과 별도로 학교 관리자(학교장)의 의사에 반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선거법이 보장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일선 학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선관위 기준대로 교정에서 명함 돌리기나 연설을 허용할 경우 입시준비로 극도로 예민한 고3생들의 면학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고, 학습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학교장 재량으로 (예비)후보자의 교내 출입을 금지할 수 있지만, 교육부나 시ㆍ도교육청 차원의 통일된 기준이 없을 경우 허용 또는 금지에 따른 관심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대구지역 학교장은 “후보자가 교내에서 명함을 돌릴 경우 선거권자와 그렇지 않은 학생이 혼재한 상황에서 학습권 침해가 불가피하다”며 “법적으로야 후보자의 교내출입 여부는 학교장 재량이지만, 진영논리가 충돌할 경우 학교가 곤경에 처할 수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장은 “중앙선관위의 운용기준을 보면 ‘학교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것까지 공직선거법에서 보장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했지만, 결국 교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며 “교문 밖이야 상관없지만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교내 선거운동을 금지할 경우 일부 정당이나 단체의 반발이 있을 수 있고 결국 금지한 학교장이 욕을 먹을 수 있다”고 한숨지었다.
교육청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태스크포스를 구성, 교내 선거운동에 대하 검토하고 지역 선관위와 협의하고 법조계 자문을 받아 교내 선거운동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중앙선관위의 기준 발표 이전에 학교 관리자를 대상으로 선거법관련 연수를 실시하고, 3월 중에 선관위와 함께 7,200여명의 고3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선거법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의 안전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당 관계자 등 정치인의 교내 출입 및 학교 내 선거운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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