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송환되는 교민들이 격리될 충남 아산과 진천의 국가시설 앞에서 밤샘 농성을 하던 주민들이 30일 해산했다. 아산시는 이날 오전 정부 결정 수용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충돌과 마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날부터 현장에 모인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주민 30여명은 정부 결정에 항의하며 밤샘 농성을 벌였다.
전날 오후 9시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오세현 아산시장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항의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날이 밝자 주민 설득 작업을 하면서 11개 중대 1,000여명을 투입해 도로를 막고 있던 트랙터 등 농기계를 밖으로 옮겼다. 주변에 있던 차량들도 견인차를 동원해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이나 마찰 없이 주민들이 해산하면서 험악하던 현장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인도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우한 교민만 국민이고, 중요하냐. 지역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경찰은 800여명을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주민 해산과 함께 아산시는 이날 오전 “우한 교민들도 우리 형제자매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건강하게 지내다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수용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 안전을 위해 모든 역할과 노력을 하겠다”며 “수용되는 교민들은 우한폐렴 증상이 없는 분들로, 14일간 관찰 후 고향으로 돌아가니 흔들림 없이 생업을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진천군 충북 혁신도시 주민들도 우한 교민 격리수용시설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였다.
오전 6시쯤 자진 해산한 주민들은 오전 11시부터 다시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정부가 교민 수용을 강행한다면 물리력으로 진입을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교민 수용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경찰은 30일 670여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복지부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9시쯤 진천 농성 현장을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김 차관은 인재개발원 앞 도로에서 농성 중인 주민 300여명과 만나 우한 교민 수용의 불가피성 등을 설명한 뒤 사과했다. 그러나 흥분한 일부 주민들이 김 차관을 둘러싼 뒤 물병과 종이컵 등을 던지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소동은 10여분간 이어지다 경찰이 나선 뒤에야 정리됐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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