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소 가슴 아프지만 훈훈한 결말을 가진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소식인데요, 바로 떠돌이 강아지 브로디(Brody)의 이야기입니다.
브로디는 원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법 수도,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이라는 도시의 떠돌이 강아지였습니다. 여느 떠돌이 강아지의 삶이 그렇듯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나 빗물로 허기를 달래고 목을 축이는 게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는 또 쉴 곳을 찾아 떠나는 게 브로디의 평범한 하루였겠죠. 사실 그런 하루조차 브로디에게는 행복한 축에 속했을 겁니다. 배를 곯거나 잠자리를 찾지 못하는 날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길거리를 떠돌던 브로디에게 비극이 찾아옵니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던 세 명의 10대 소년들과 브로디가 우연히 마주치고 만 것이죠. 도대체 이 소년들은 브로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던 걸까요? 그들은 갑자기 브로디를 억지로 잡아 길바닥에 눕힌 후,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불꽃놀이 폭죽을 꺼냅니다. 그리고 그 폭죽을 브로디의 왼쪽 귀 안에 넣고는 불을 붙여 버립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브로디는 크게 당황했겠죠. 그러나 길바닥에 깔아뭉개진 채 버둥대는 것만이 브로디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폭죽의 심지는 브로디의 귓속에서 다 타버리고 맙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불꽃놀이 폭죽이 두어 번이나 터졌다고 합니다. 브로디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었습니다. 소년들은 그저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했다고 하네요.
브로디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던 걸까요? 이 광경을 늦게나마 발견한 한 할머니께서 성치도 않은 몸을 이끌고 나와 소년들을 쫓아 버렸다고 합니다. 전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대강 알 수 있었겠죠. 소년들은 헐레벌떡 도망치고 맙니다. 할머니는 그제야 브로디를 구하려고 했지만 브로디는 이미 엄청난 충격을 받아 크게 놀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고 해요. 얼마나 사람이 무서웠을까요? 이 할머니가 나를 도와주러 온 사람인지, 나를 해치러 온 사람인지 구분할 새도 없이 그저 그 자리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자 했던 브로디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ㅠㅠ
이 소식을 접한 동물 학대 방지 협회(SPCA) 블룸폰테인 지부의 직원들은 브로디를 직접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3일 만에 브로디를 찾아냅니다. 귀의 상처가 너무 컸던 탓에 지나가던 사람들 눈에 잘 띄었던 거죠. 브로디는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된 맨홀 아래에서 귀에 구더기가 뒤덮인 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시민의 신고 전화를 받은 직원들은 브로디를 사무실로 데려옵니다. 처음에는 잔뜩 겁에 질린 브로디가 너무 떨어서 손조차 댈 수 없었기에 한참이나 달래야만 했다고 하네요.
브로디는 일단 구더기를 모두 떼어내고 귀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동물학대방지협회의 직원인 테보고(Tebogo) 씨는 브로디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 약 600파운드(한화 약 90만원)의 수술비를 대기도 했다고 해요.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브로디는 비록 귀 한 쪽을 잃게 되었지만 청력은 잃지 않았다고 하네요. 기적처럼 양 쪽 귀가 모두 잘 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협회가 내건 브로디의 입양 조건에 딱 맞는 새로운 반려 가정도 찾게 되었다고 해요. 브로디의 구조부터 입양까지 모두 곁에서 책임졌던 테보고 씨는 “이제 갓 10살을 넘긴 아이들이 이렇게나 잔인한 일을 하다니 정말 착잡할 뿐입니다. 그러나 브로디가 성공적인 수술을 받고 새로운 가정을 찾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우리 브로디, 이제는 새로운 가족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그저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Dailymail 홈페이지, Bloemfontein SPCA 페이스북 페이지
이주희 동그람이 에디터 2j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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