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연준 입장 통화 완화적으로 해석”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는 30일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경계하며 지켜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정도를 말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바이러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와 물가 상황,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은은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발생 때는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는데, 윤 부총재는 당시에도 경기나 물가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함께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한 폐렴이 중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며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윤 부총재는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 시장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연준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1.50~1.75%로 동결했고 통화정책의 핵심 결정요인인 물가 목표 2%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더욱 강조한 성명을 발표했다.
윤 부총재는 “시장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개 상황에 더욱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연준이 물가 목표에 대한 표현을 수정한 것이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표현 변경이 시장의 오해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연준의 입장 자체가 전에 비해 크게 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금융가에선 연준의 성명 변화와 파월 의장의 발언 등을 근거로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 연준 기준금리 변동에 대한 전망을 금융상품화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약 84%로 반영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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