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환불 요청에…통신회사ㆍ대리점, 서로 책임 떠넘겨
TV방송과 전화, 인터넷을 묶어 파는 통신사의 결합상품 해지 절차가 번거로워 이용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장비까지 반납했는데도 14개월간 요금이 빠져나가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경북 구미에 사는 신모(65)씨는 지난 2018년 10월 이사로 통신 결합상품을 해지하기 위해 가입한 대리점에 연락했다. 대리점 직원은 곧바로 방문해 셋톱박스 등 장비를 회수했고, 상품 해지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신씨는 지난 2018년 10월 이후에도 14개월이나 결합상품 요금이 자동이체로 빠져 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대리점을 찾아가 당시 해지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을 확인, 환불과 함께 요청했지만 해당 통신사의 고객센터를 이용하라는 황당한 답을 받았다. 통신사에 전화를 건 신씨는 이번에는 “상품 가입 대리점과 해결하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통신사와 대리점간 책임 떠넘기기는 계속됐다.
답답한 신씨는 딸(39)에게 하소연했다. 딸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항의했고, 뒤늦게 통신사로부터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또 해당 대리점과는 해지 이후 부과된 요금과 위약금 100여만원을 환불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통신사측은 “대리점이라고 하지만 개인 영업장이라 문제 해결에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고, 해당 대리점 직원은 “실수로 해지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지 고의로 요금 이체를 방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통신사의 결합상품이 해지 절차가 복잡해 이용자 피해가 잇따르자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방통위에 따르면 ‘통신분쟁조정제도’를 통해 결합상품 민원사례는 총 6,689건 신고됐다. 이용불편에 따른 손해배상이 2,38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체결 및 해지 관련 민원이 1,398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용약관 위반도 596건 신고됐다. 이 중에는 신씨처럼 이사를 가면서 해지했는데도 6년 동안 인터넷요금이 빠져나간 사례도 신고됐다. 소비자가 사실을 늦게 확인하고 납부된 요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통신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측은 “전화와 인터넷을 묶은 통신사의 결합상품을 해지할 때 영업점을 방문해 인터넷 해지를 신청하고, 전화로 해지할 때는 관련 전담부서를 안내 받아야 한다”며 “위약금 없는 해지를 하려면 구비서류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의 딸은 “고령의 노인들 중 요금 관련 민원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가입을 할 때는 친절하게 도와주면서 사후 서비스에는 ‘나 몰라라’ 하니 괘씸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