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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메르스 슈퍼전파자 늑장 대처, 삼성병원만의 책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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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메르스 슈퍼전파자 늑장 대처, 삼성병원만의 책임 아냐”

입력
2020.01.30 10:08
수정
2020.01.30 18:5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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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자 명단 제출 요청 불명확… 항소심도 복지부의 실수 인정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여파로 부분적인 병원 폐쇄조치가 내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출입문에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여파로 부분적인 병원 폐쇄조치가 내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출입문에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슈퍼전파자’로 불린 환자에 대한 늑장 조치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만이 아니라 병원과 보건당국 간 소통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배광국)는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등 소송의 항소심에서 복지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복지부에 “806만원의 과징금을 취소하고, 607억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2015년 5월 29일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이 확인된 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은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과 연락처를 달라고 요구했다. 병원은 이틀 뒤 밀접접촉자 117명의 명단만 제출했고 전체(678명) 명단은 다음달 2일에야 냈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명단 제출이 늦어 피해가 확산됐다며 2017년 병원 측에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다만 환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업무정지를 과징금 806만원으로 대신하게 했다. 진료 마비로 병원이 입은 손해액 607억원은 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1ㆍ2심 재판부는 병원이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ㆍ회피하려던 게 아니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결론 내렸다. 당시 보건당국에 필요한 것은 ‘접촉자들의 연락처가 담긴 명단’이었는데, 재판부는 역학조사관이 명시적으로 이를 요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은 우선 접촉자의 이동경로와 노출 추정시간 등이 담긴 ‘마스터 명단’을 냈고, 보건당국이 연락처 명단을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청한 6월 2일 곧바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복지부의 실수도 메르스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전체 명단을 제출한지 나흘 뒤인 6일에야 이를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에 입력, ‘비(非)밀접 접촉자’에 대한 시ㆍ도 보건소의 연락 조치가 7일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통상 메르스 잠복기가 5일인 점을 감안하면 당국이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5일 증상을 보인 76번 환자에 의한 4차 감염이 예방됐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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