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를 겨냥한 이른바 ‘권력수사’의 핵심 피의자들을 일괄 기소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직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꺼냈던 ‘검찰 직접 감찰’카드를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윤 총장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이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에서 내부 협의와 승인 형태로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추 장관이 맞불을 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평가가 많다.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의 일괄 기소는 윤석열 총장이 밀어붙인 결정이다. 수사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은 중간간부 인사 발령이 이뤄지는 내달 3일 전 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대검 참모진이 모두 교체된 가운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실무 책임자 상당수가 교체되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서둘러 기소를 결정한 배경에는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선거개입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강력 반발하던 권력수사의 피의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여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도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총선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일괄 기소라는 강수를 두면서도 내부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쳤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기소는 대검 회의에 수사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불러 토론을 통해 결정했다. 29일 윤 총장이 소집한 회의에는 구본선 대검 차장,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추 장관 제청으로 대검에 들어온 간부들도 참석했는데 모두 기소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소에 반대한 건 이성윤 지검장이 유일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문수사자문단에 부의해 결정하자”며 기소에 반대의견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의 경우, 고기영 동부지검장의 제안으로 전날 부장회의가 열렸는데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모두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고 지검장도 부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소를 승인했다는 후문이다.

윤 총장이 기소에 앞서 내부 협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활용함으로써 추미애 장관의 맞불 작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추 장관은 최강욱 비서관 기소 이후 검찰 카드를 꺼낸 데 이어 28일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는 내외부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라’는 지침을 검찰에 내린 바 있다. 윤 총장 또한 추 장관의 경고를 수용하면서 충돌을 피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이 검찰의 일괄 기소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기소한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유지 과정에서도 검찰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검찰이 이날 검찰에 출석한 이광철 비서관이나 30일 출석 예정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해 추가 기소를 결정할 경우, 법무부와 검찰이 다시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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