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선거개입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 회의에서 대검 간부들은 관련 피의자의 기소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하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윤 총장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 울산 선거개입 사건 피의자들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에는 구본선 대검 차장,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 부장검사 등 대검 간부들과 수사팀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지검장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소환) 조사를 한 뒤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건 관계자들을 ‘전문수사자문단’에 부의해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대검 간부들이나 수사팀 차장ㆍ부장검사 모두 이 지검장의 의견에 반대하며 피의자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법리에 비춰 확보된 증거가 기소하기에 충분하고, 4월 총선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신속한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황 전 청장이 출마를 전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주장해왔다”거나 “그의 주장이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알려졌고, 소환에도 수 차례 불응한 만큼 꼭 소환 조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전문수사자문단 부의를 제의했지만 이마저 동의를 얻지 못했다. 통상 일선청과 대검 사이에 의견이 갈릴 때 자문단을 소집하지만, 이 사건은 수사팀이나 대검 지휘부 모두가 기소에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30여명의 검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수사했고, 매일같이 대검 수뇌부에 보고하고 지휘 받은 사건”이라며 “사건의 전문성, 복잡성, 보안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자문단에 부의하기에 부적합한 사건이라는 게 회의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근 검사장급 인사에 따라 대검에 합류한 간부들까지 참석한 터여서, 권력 수사에 맞섰던 이 지검장의 입지는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 현직 검사장은 “수 차례 소환에 불응한 이들을 수사팀이 기소한다는 데 ‘소환을 설득해 보겠다’며 반대하는 것은 일선 검사장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평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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