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국가 전체 제한 전례 없어… 복지부 “더 큰 문제 야기할 수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 확산 우려가 계속되면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 국민 입국 금지 조치는 국제관계와 효율적인 질병관리 방안 등을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 등 정부도 입국 금지 조치 발령에는 부정적이다.

지난 23일 처음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9일 오후 9시 기준 약 58만명이 동의했다. 이런 여론에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동조하고 있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이날 우한 등 후베이성에서 입국하거나 이곳을 경유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국인 입국 제한 결정은 법무부 소관이다. 출입국관리법은 ‘감염병 환자 등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입국 금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역법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게 감염병 환자 입국 금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특정 국가의 국민 전체 입국을 금지한 전례는 없었다. 또 ‘위해를 끼칠 염려’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국제보건규범, 긴급한 필요성, 해외사례, 국제적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범정부 차원에서 결정할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보건규범이나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중국인 입국 금지 실현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규모 질병 발생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할 때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언하고 국경 폐쇄 또는 여행ㆍ무역 제한 등 질병 확산 방지 조치를 회원국에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5차례의 PHEIC 선언에서 이러한 권고가 뒤따른 적은 없었다. ‘국제보건규칙’(IHR)도 ‘질병의 국제적 확산을 예방, 보호, 통제하더라도 국제 교통 및 무역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은 방지’하라고 강조한다. 더구나 WHO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비상사태도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6개 의약단체장들과 만나 “일괄적으로 특정 국적을 가진 사람을 입국 금지시킨다는 것은 국제법상으로 어렵다”며 “검역을 더 강화해 국적에 관계 없이 증세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분들을 걸러내는 게 맞는 방법이지, 특정한 국가의 국적을 기준으로 금지하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27일 “현재 WHO 역시 이동 금지 조치는 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정부도 WHO 결정을 벗어나는 상황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ㆍ몽골 등 일부 국가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긴 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과 국경을 맞댄 현실이나 의료환경 차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통제하기 어렵고 길이가 긴 국경으로 중국과 인접한 국가들은 경계 강화의 필요성이 있지만, 우리는 중국과 접경이 없고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해당 국가들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외교부는 후베이성에 대한 여행경보를 25일 발령한 3단계(철수권고)로 유지하고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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