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대로 말하라’가 때 아닌 숙제를 안았다. 바로 OCN 대표 장르물인 ‘보이스’와의 기시감 지우기다.
‘본 대로 말하라’는 모든 것을 잃은 천재 프로파일러와 한 번 본 것은 그대로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형사가 죽은 줄 알았던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오감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물이다.
보이는 건 모두 사진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주인공 차수영(최수영)의 ‘픽처링 능력’을 중심으로 시각, 청각, 촉각, 막연한 감각까지 오감을 총 동원한 수사로 역대급 수사를 펼치며 국내 스릴러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다.
2020년 OCN 장르물의 스타트 라인을 끊는 첫 작품으로 나선 ‘본 대로 말하라’는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장르물 어벤저스’라 불리는 제작진과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 때문이었다. OCN ‘보이스1’ ‘손 the guest’ 등을 연출했던 김홍선 감독이 크리에이터를 맡아 기획 및 제작 전반에 참여했으며, ‘보이스1’을 공동 연출한 김상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보이스1’에서 주연을 맡았던 장혁을 필두로 최수영, 진서연 등이 합류하며 작품에 힘을 실었다.
작품은 약혼녀를 잃은 폭발사고 이후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천재 프로파일러 오현재(장혁)와 모든 판을 설계하는 광수대 팀장 황하영(진서연), 보이는 모든 것을 사진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형사 차수영(최수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황하영에 의해 광역수사대에 합류한 수영은 사고로 눈과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오현재의 비공식 수사파트너가 돼 연쇄살인마 ‘그 놈’을 쫓는다.
어딘가 익숙한 스토리다. 내부에서 사건 전반을 읽으며 연쇄 살인마의 정체를 쫓는 주인공과 외부에서 발로 뛰며 공조 수사에 나서는 또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는 앞서 OCN에서 두 시즌에 걸쳐 방송된 바 있는 ‘보이스’를 연상케 만든다. 심지어 ‘보이스1’에서는 강권주(이하나)의 아버지로 그려졌던 연쇄살인마에게 희생된 주인공의 소중한 주변인이 ‘본 대로 말하라’에서는 오현재(장혁)의 약혼녀로 대체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두 작품이 꽤나 닮아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첫 방송을 앞두고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두 작품의 기시감에 대한 질문이 전해졌다.
이 같은 지적에 김상훈 감독은 “‘보이스’는 청각적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현장에 롤을 던져주는 흐름이었다면, ‘본 대로 말하라’는 한 주인공이 기억해 온 현장의 모습으로 다른 주인공이 프로파일링 능력을 펼치며 공조하는 이야기다. 두 능력자의 조합이라는 점이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보이스1’에서 주인공 무진혁 역으로 활약했던 장혁 역시 이 같은 질문에 직접 입을 열었다. 장혁은 “‘보이스’ 때는 감정과 이성이 같이 표현 됐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더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며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건을 듣고 프로파일링을 하다 보니 조금 더 논리적인 부분이 강조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매 사건마다 사건들이 표현하는 색깔이 다양하다. 인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사건들도, 굉장히 잔인한 사건들도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감독과 주연 배우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사건의 다양함이나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두 주인공의 공조라는 점이 ‘본 대로 말하라’ 만의 ‘특별한 1%’가 될 수 있을 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물음표에 대한 열쇠는 다음 달 1일 베일을 벗을 첫 방송이 쥐고 있다. 이들이 차별화 성공과 함께 ‘장르물 어벤저스’의 자존심도 챙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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