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6ㆍ25 전쟁 때 귀한 살림살이를 제쳐두고 챙긴 자료예요.”
경주 이씨 교감공파 종부인 김중임(91)씨가 최근 문중 고문헌 2,760점을 국가에 기탁하면서 남긴 말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9일 이회경(1863~1907)이 남긴 글을 모은 ‘학남문집(鶴南文集)’을 비롯, 다양한 자료로 구성된 고문헌 일체를 기탁받았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첫 상륙작전이 벌어졌던 경북 포항의 북구 기계면 학남정사(鶴南精舍)에 보관돼 있었다. 전쟁이 나자 김씨 남편인 교감공파 21대 종손 고 이덕형씨가 경주로 이 자료들을 옮긴 덕분에 훼손되지 않았다. 김씨는 “남편이 고문서를 애지중지 챙긴 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역사 기록이기 때문”이라며 “생전에 국가기관 기탁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기탁은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기증과 달리 일정 기간 물품 관리를 맡기는 행위다.
기탁받은 국립중앙도서관의 김효경 학예연구사는 “고문서는 대부분 편지와 제문(祭文ㆍ죽은 사람을 애도하며 적은 글)”이라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경북 사회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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