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회복되고 있는데, 또 터졌네요. 매출이 지난주에 비해 60% 정도 떨어졌습니다.”
29일 제주 제주시 한 외국인 면세점에서 만난 직원은 한숨 먼저 내쉬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이 크게 줄어 면세점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면세점 내부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쇼핑하는 관광객들은 물론 면세점 직원들도 모두 마스크를 낀 상태였다.
면세점 직원은 “이번 주부터 직원들을 상대로 무급휴가를 신청을 받고 있으며, 임산부 등 일부 직원들은 이미 휴가를 떠났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드 사태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시내에 있는 다른 외국인 면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매일 아침마다 먼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면세점 입구에서 장사진을 치던 ‘따이공(代工ㆍ한국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중국에서 재판매하는 기업형 전문 구매 대리인)’들이 며칠 사이 자취를 감췄다.
또 이날 오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에도 몇몇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오고 갈뿐 인적이 뚝 끊겼다. 거리 모습도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상인들 상당수는 마스크를 착용한 반면 일반 시민들은 아직까지 마스크 없이 걸어 다니는 모습이 대조를 이뤘다.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크게 줄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24~30일) 동안 3만명에 가까운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에 방문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절반 가까이 여행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와 중국간 직항 항공기의 평균 탑승률도 80%대에서 50%대로 줄었고, 도내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중국인 예약취소 사례도 수백 건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도내 관광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숙박시설에 내국인 관광객들이 중국인 투숙 여부를 묻는 등 중국인 관광객 동향에 대해 문의가 이어지는 등 내국인 관광객들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이 때문에 제주시내 일부 음식점 등에서는 중국인 고객 입장을 거부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사실을 때문에 내국인 관광객들이 중국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제주 여행마저 취소하는 등 여행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등 중화권 관광객의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 여파가 내국인 관광객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제주관광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제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자 3명이 발생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또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국내 확진 환자 중 제주도에 통보된 도민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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