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이 미흡하다며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다. 국민 생명이 달린 감염병 사태에서 야당이 방역 허점 등 정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친중(親中) 기조가 미진한 대응의 원인’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정치 공세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9일 “청와대가 우한 폐렴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급급한 건 아닌가”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나서서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표기를 써야 한다고 하자 이를 친중 기조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질병 표기를 바꾼 건 발병 지역이나 피해 주민에 대한 낙인 효과를 차단하자는 국제적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 제정한 가이드라인은 신종 감염병 이름에 질병 정보나 피해 대상, 질병의 심각성 등은 담되 지리적 명칭이나 사람 이름, 동물이나 음식 종류 등은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걸 시비의 대상으로 삼기엔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중국인 입국 한시 금지,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 관광객의 즉각 송환 조치 등 야당이 제시한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책 역시 얼마나 현실적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과잉 대응은 외교적 마찰은 물론, 외국인 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았던 이유다. WHO도 지금까지 모두 5차례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선포했지만 한 번도 국경 폐쇄나 여행 및 무역 제한을 한 적은 없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치권이 앞장서 제기한 섣부른 주장과 논란은 자칫 국민과 경제를 패닉에 빠트릴 수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는 걸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감염 공포로 ‘중국 포비아’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국민 불안감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이럴수록 여야 모두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초당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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