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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주한미군 철수론 신경전

입력
2020.01.29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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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유지든 철수든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발언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유지든 철수든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발언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포스트(WP) 기자들이 최근 펴낸 트럼프 대통령 비평서 ‘매우 안정적인 천재(A Very Stable Genius)’에 들어 있다는 트럼프의 언급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효용성에 대한 그의 의구심이 단순한 변덕이 아님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책의 묘한 제목은 2018년 초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가 제기되자 트럼트가 트위터를 통해 “나는 매우 안정적인 천재”라고 반박한 데서 땄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첫해인 2017년 국방부 내부 논의에서 이미 “주한미군이 미국인을 더 안전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사실 “도대체 우리 군이 왜 그 곳(한국)에 있나?”라는 투인 트럼프의 난감한 인식은 자국의 당면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는 그의 ‘미국 우선주의’ 슬로건과 연계되어 있다. 아울러 미국의 전통적 외교전략인 ‘고립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공산주의에 맞서는 글로벌 경찰국가로서 전 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유지ㆍ행사하는 ‘개입주의’ 외교전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고립주의 경향이 간간이 부상하며 대외정책을 흔들었다.

□ 미국 정치판에서 고립주의 경향이 강해질 때마다 주한미군 철수론도 불거졌다.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줄이려고 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0년대 초 주한미군 7사단과 2사단 철수를 추진했다. 1976년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미 카터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 주한 미 지상군 전면 철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미국 정계의 반대와 한반도 안보 불안을 우려한 우리 정부의 반발로 부분 철수에 그치거나, 백지화했다. 미국의 장기적 이해를 고려한 전략적 타산이 시끌벅적했던 미군 철수론을 막아 온 셈이다.

□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미국의 한국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로 난항인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론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유지든 철수든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냉전 종식 이후 한반도의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에 유의하고 있는 우리 쪽 역시 미군 철수론에 전전긍긍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가정으로나마 미군 철수 후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핵우산 제공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허실(虛實)이 뒤섞인 주한미군 철수론을 두고 한미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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