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향해서도 ‘중국인’ ‘바이러스’ 조롱 쏟아져
국내도 중국 혐오 분위기 만연… “자성” 목소리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9일 중국 텐진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는 탑승객들이 고정검역대로 들어서고 있다. 영종도=서재훈 기자

해외여행이나 거주 중인 한국인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한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질병이 발생한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계 전반을 향한 혐오 분위기가 퍼지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는 글이 게시됐다. 어학연수를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 누리꾼은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는데 한 남자가 날 향해 ‘바이러스’라고 외치며 재채기를 하는 제스처를 하더라”고 털어놨다. 네덜란드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또 다른 유학생은 “주문을 받다가 손이 스쳤더니 ‘돈 터치(만지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다른 백인 점원들에게는 이렇게 무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중인 미주와 유럽에서 난데없이 ‘퍼킹 차이나(Fucking China)’라는 비아냥을 들었다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김모(24)씨는 “평소에도 아시아인을 중국인이라고 싸잡는 경향이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여기에 혐오까지 더해졌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범죄 등 심각한 인종차별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아시아에서 입양됐다고 밝힌 한 프랑스인 여성은 27일(현지 시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트위터 캡처

온라인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이 같은 차별을 비판하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한국에서 입양된 것으로 알려진 한 프랑스인 여성은 SNS에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여성은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장소에서 내가 기침을 하지 않는데도 남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걱정하게 된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과 모든 아시아인에 대한 시스템적 혐오가 자리잡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의바람,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자유법치센터 주최로 열린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과 관련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한편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가 중국 혐오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포털 사이트와 각종 커뮤니티, SNS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며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에는 57만명이 넘게 참여했고, 청와대 앞에서는 이를 촉구하는 시위까지 열렸다. 관련 기사에는 ‘짱깨’ 등의 노골적인 중국인 비하나 혐오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또 하나의 공포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한***)은 “백인들 역시 아시아인을 인종차별 하면서 코로나 탓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을 것”이라며 “인종차별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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