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해양경찰관 “따끔하는 잠깐의 시간이 생명을 구합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잃고 할머니 손에 컸습니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수혈이라도 해드리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안 된다고 했지요. 할머니를 잊지 못해 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헌혈도 하게 됐습니다.”
해양경찰청 경비국 경비과 소속 정상태(51) 경위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장 명예장을 받았다. 헌혈유공자 명예장은 100회 이상 헌혈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과 증서다.
29일 해양경찰청과 정 경위에 따르면 그는 1990년 첫 헌혈을 시작해 30년간 100회를 채웠다. 그는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해야 하는 대한적십자사 등록헌혈자(ABO 프렌즈)와 나눔히어로즈 회원이기도 하다. 헤모글로빈 수치와 혈압이 기준치 이내여야 하는 헌혈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끊임없이 체력관리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육군에서 23년간 복무하고 2014년 항공 경위로 해양경찰관이 된 정 경위는 군 복무 시절인 1994년부터 헬리콥터 조종을 했다. 해경에서도 항공대, 항공과 등에서 근무했다. 항공종사자는 헌혈을 하고 24시간이 지난 뒤 임무에 투입해야 하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 비행 일정도 꼼꼼히 살펴야 했다.
그는 2016년 11월 강원 춘천시 호반테니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쓰러진 심 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해 생명을 구한 공로로 강원도지사로부터 하트세이버 증서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안구와 인체조직을 필요한 환자에게 기증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 경위는 “주삿바늘이 들어가 따끔하는 잠깐의 시간이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라며 “헌혈 인구가 매년 감소하며 혈액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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