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찬 귀환을 알렸던 ‘1박 2일’ 시즌4가 아슬아슬하게 지켜오던 10%대 시청률이 결국 무너졌다. 지난 해 12월 8일 첫 방송 이후 8회 만이다.
KBS2 대표 예능 ‘1박 2일’ 시즌4는 지난 해 연말 많은 이들의 관심 속 출발을 알렸다. 앞서 ‘1박 2일’ 시즌3가 출연 멤버 정준영의 ‘몰카 파문’ 및 김준호, 차태현의 내기 골프 의혹 등에 휩싸이며 ‘제작 무기한 중단’ 사태에 봉착한 이후 9개월 만의 귀환이었다.
새 시즌을 맞아 제작진은 유일한 원년 멤버인 김종민을 비롯해 연정훈, 문세윤, 김선호, 딘딘, 라비를 멤버로 영입하며 전과는 다른 매력과 재미를 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막상 베일을 벗은 시즌4의 포맷에서는 이전 시즌들과의 큰 차별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신선한 멤버들의 케미는 꽤나 만족스러운 시청률을 선물했다. ‘1박 2일’ 시즌4의 첫 방송 시청률은 15.7%, 2회는 15.1%였다.
단번에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한 재기를 알린 ‘1박 2일’ 시즌4를 향해 ‘KBS 간판 예능의 귀환’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영광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후 10%대 시청률은 지켰으나, 꾸준한 시청률 하락세를 기록하며 새 시즌을 향한 위기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실 ‘1박 2일’ 시즌4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새 시즌 첫 방송 이후 일각에서는 약 9개월여의 휴식기를 끝내고 돌아온 새 시즌이 대대적 개편 대신 멤버 구성의 변화만 줬다는 점을 꼬집는 목소리가 전해졌던 바다. 실제로 새 시즌에서는 복불복, 까나리카노, 식사미션 등 대부분의 주요 포맷이 지난 시즌들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됐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앞서 김영도 PD는 본지에 “‘1박 2일’의 정체성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주기 위해 제작진도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며 “초반에는 전통적인 ‘1박 2일’의 향수를 더해 시청자들에게 새 시즌의 귀환을 알린 뒤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고자 한다. 새로운 변화는 차차 이루어 갈 예정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며 응원을 당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지금 ‘1박 2일’은 ‘점진적인 변화’가 아닌 ‘위기설’에 봉착했다. 초반 ‘예뽀’(예능 뽀시래기) 김선호, ‘빙구형’ 연정훈 등 새로운 예능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어 냈던 멤버들의 조합도 이제 익숙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신선함이나 재미 요소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탓이다. 나아가 최근 ‘1박 2일’은 기껏 살려둔 멤버들의 캐릭터조차도 십분 살려내지 못하는 연출로 케미에 대한 아쉬운 평가까지 낳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앞서 김 PD가 자신했던 ‘변화’가 필요할 때다. 이러한 상황 속 제작진은 변화를 도모하는 대신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복불복 게임으로 작위적인 웃음만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니 이들이 말하는 ‘1박 2일’의 정체성은 ‘복불복’에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1박 2일’ 시즌4의 시청률 하락세의 이유에 대해 “새로움보다 익숙함이라는 쉬운 선택을 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정 평론가는 “출연자들의 신선함에서 오는 힘은 초반에만 유지됐을 뿐, 매 회 복불복에만 집중하면서 점차 프로그램을 향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새 시즌 개편을 감행했음에도 제작진이 여전히 복불복에 의존하는 이유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진짜 음식’이고 복불복이 ‘양념’이라면 현재 ‘1박 2일’은 진짜 음식을 내놓지 못하고 자극적인 양념만으로 승부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BS는 채널의 간판 예능 브랜드인 ‘1박 2일’의 귀환을 위해 동 시간대 방송되며 잘 나가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편성 이동까지 감행했다. 이들의 출발을 향한 우려가 컸던 만큼, 이들을 향한 기대감 역시 적지 않다는 의미다.
현 위기를 타파할 방법에 대해 정 평론가는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에 맞게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보완하는 등의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멤버들의 케미, 복불복 게임 등의 기세에 힘입어 ‘1박 2일’의 귀환은 알렸다. 초반 호조세에 안주해 뼈아픈 용두사미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선 이제 ‘1박 2일’ 시즌4의 절치부심이 필요할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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