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확진자 다닌 편의점 커피숍 이름 온라인에 버젓이 노출돼
실생활과 밀접한 곳들이라 소비자들 스스로 ‘외출자제령’
외식업계 등 마스크착용 의무화 지침 내렸지만, 현장에선 글쎄
[저작권 한국일보] 27일 오후 서울역 출입구에 질병관리본부가 배포한 부착물 뒤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이한호 기자

“강남일대를 돌아다니고 편의점이나 커피숍도 드나들었다니 외출이 두려워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최은경(39∙가명)씨는 남편과 초등학생 딸에게 ‘외출자제령’을 내렸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서다. 더불어 지난 26일 ‘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자가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이나 식당, 호텔 등을 돌아다니고, 한강으로 산책을 나가 편의점까지 이용했다는 사실이 연일 보도됐다. 최씨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당국에서 잠복기에 전염성이 있다고 발표했는데, 당장 아이가 개학이라서 학교를 계속 보내야 할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학교도 쇼핑도 외식도…‘외출자제’ 하는 사람들

설 연휴를 지나 28일 우한 폐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외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욱이 세 번째 확진자가 다녔던 한강변 A 편의점과 일산의 B 커피전문점 등은 실생활과 밀접한 곳이라, 전염에 대한 공포 분위기는 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학생을 자녀로 둔 주부 박원영(41∙가명)씨는 “아들이 아직 개학 전이지만 몇 군데 학원을 다니느라 외출이 잦다”며 “이번 주는 쉬게 할 작정이다. 또 나 역시도 외출을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칫 어른들의 부주의로 아이에게 탈이 날까 봐서다.

[저작권 한국일보] 28일 설 연휴를 마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직장인 이영주(33∙가명)씨는 지난 27일 명동에서 친구와 쇼핑을 하려던 약속을 취소했다.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 방문하기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만나기로 했던 친구도 일단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가족들과 함께 서울 동대문의 한 유명 식당을 찾은 박진섭(44∙가명)씨는 깜짝 놀랐다. 수십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긴 했지만, 이날 따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메뉴가 한 가지인 식당이라 앉자마자 음식이 나와 별수 없이 식사는 했지만, 먹는 내내 찜찜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박씨는 “이 식당을 다녀온 이후 앞으로 외식은 자제하기로 했다”며 “중국 손님들이 워낙 많아 중국어를 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 세척을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주부 한수영(40∙가명)씨도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갔지만 “마스크를 쓴 직원들은 보지 못했다”며 “우한 폐렴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마스크조차 제대로 쓰지 않은 식당 직원들이 많아 꺼리게 된다”고 걱정했다.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CU 제공
◇산업계, 현장과 동떨어진 지침으로 ‘발동동’

“아직 마스크까진…”

국내 외식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다녔다는 식당이나 커피전문점 등의 실제 이름이 버젓이 온라인상에 거론되면서 “(우한 페렴)근원지처럼 보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외식업계 등은 부랴부랴 기본적인 마스크 착용부터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린 곳이 많지만, 정작 현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해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드물었다.

국내 굴지의 C 외식업체 관계자는 “손 소독제는 평상시에도 청결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손님을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 번째 확진자가 다녀온 일산의 B 커피전문점은 지난 27일부터 전 지역 매장에 마스크를 의무화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매장을 가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본사에서 지침은 내렸지만 지점마다 재량에 맡기고 있어서다.

이날 강남 소재 B 커피전문점을 찾은 직장인 임미나(35∙가명)씨는 “매장 직원 중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세 번째 확진자가 편의점도 들르면서 소비자들의 공포가 커지자, 편의점업계도 점주들에게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제 등을 비치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점주들의 재량에 따라 마스크 착용 여부가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D 편의점 관계자는 “전국 전 지역 편의점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린 상황”이라면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는 점주들의 권한에 달린 만큼 100% 착용했다고 확인할 순 없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한 직원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소독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E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이진주(28∙가명)씨는 이날 오전에야 백화점 측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 하지만 고객의 피부 타입 등을 보며 응대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마스크 착용을 하지 못했다. 이씨는 “요새 백화점엔 중국인 고객들이 대부분이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해서 불안하긴 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마트, 슈퍼마켓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출입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해 놓고 있다. 다만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E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전 백화점에선 마스크 착용 등에 관한 지침을 내렸고, 매시간마다 방역처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직원들 마스크 착용 여부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브랜드 협력사에서 파견된 터라 강요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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