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경로ㆍ특성 싸고 논란]
中 “잠복기에도 전염성” WHO “사실 확인 안 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파 경로를 두고 불분명한 정보가 퍼지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접촉 전염과 잠복기 전염 가능성, 눈을 통한 감염 등 신종 코로나의 전파 특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신종 코로나가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고 본다. 감염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 등을 할 때 내뱉은 타액이 감염원이 된다는 것. 그런데 중국 보건당국은 28일 ‘접촉 감염’ 가능성을 제시했다. 리싱왕(李興旺) 베이징 디탄의원 감염성질병진료연구센터 수석전문가는 “이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도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손으로 눈을 만져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단순 접촉을 통한 감염은 ‘비상식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환자가 내뱉은 침방울이 일상에서 사용되는 손잡이ㆍ의자ㆍ탁상 등에 묻고, 이를 만진 사람의 손에 의해 다시 입ㆍ코 등으로 전염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비말 감염도 광범위하게는 접촉에 의한 감염이지만 중국 정부가 주장한 접촉 감염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기 전파 가능성도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
눈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실재한다. 다만 ‘확진자의 눈만 봐도 감염된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눈을 통한 감염은 비말이 1~2m 날아가 손에 묻은 뒤 눈을 비빌 때 바이러스가 점막을 통해 침투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피부로 침투할 수 없지만, 비교적 취약한 눈ㆍ코ㆍ입의 점막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잠복기 감염 가능성을 두고는 논란이 있다. 지난 26일 마샤오웨이(馬曉偉)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신종 코로나가 최대 14일인 잠복기에도 전염성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28일 허난성 안양에서 우한에 거주하다 온 한 여성이 가족 5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의심사례가 나왔는데, 해당 여성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더 많은 감염자로부터 자세한 역학 정보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난 뒤부터 전파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WHO와 비슷하다. 최성호 중앙대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정부의 발표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잠복기 환자는 검사를 해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중국 정부가) 아마도 무증상 환자와 잠복기 개념을 착각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 보건당국도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는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질병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보다 빠른 추세다. 펑즈젠(馮子健)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신종 코로나는) 환자 1명이 평균 2~3명까지 전파시킬 수 있고 배증 시간도 6~7일로 사스(9일)보다 이틀 정도 짧다”고 설명했다. 배증시간은 바이러스가 2배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바이러스가 그만큼 빨리 퍼진다는 의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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