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언론 보도에 “왜 하필 천안이냐” 분노… 충남도 “아직 확정된 것 아니다”
정부가 중국 우한(武漢)에 체류 중인 한국인 700여명을 충남 천안에 격리 수용한다는 검토 방안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이들을 수용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부 측은 관련 내용을 30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어느 일방지역을 지목해 불안감을 감수하라는 식으론 반발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우한총영사관에 전세기 탑승을 신청한 국민 700여명을 위해 30일부터 이틀 간 전세기를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청소년수련원 등 2곳에 격리 수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천안, 청주 등 인근 주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천안에 사는 한 30대 남성은 “천안은 인구가 65만으로 충남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며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우한에서 온 한국인을 수용하면 만에 하나 전염될 경우 피해가 클 수 있다. 무엇보다 불안해 생활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수용할 시설로는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공무원교육원은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천안역에서 승용차로 15분정도 소요된다. 독립기념관 인근에 있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도 300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천안 공공시설에 중국인들을 격리할 방안이라던데 취소시켜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천안에 사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우리 교민을 한국으로 데려와 천안 공공시설에 격리조치 시킨다고 하는데 천안에 사는 시민으로서 싫다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면서 “천안에 그런 병에 노출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4ㆍ15총선 예비후보 등 지역 정치권에서도 지역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우한 체류 한국인을 천안에 격리 수용하려 한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충남도는 이런 반발을 의식해 이날 오후 5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한 교민을) 수용할 시설이 천안으로 확정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도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는 만큼 지역 주민과 격리된 시설이어야 하는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천안 주민의 분노는 쉬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충북 청주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한에서 전세기로 송환한 한국인을 천안에 수용할 경우 가장 가까운 청주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청주공항에는 우한 직항 노선이 없다. 하지만 전세기는 노선과 무관하게 이착륙할 수 있어 청주공항을 통한 입국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와 관련,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지사는 “청주공항은 대규모 입국자를 검사하거나 검역할 수 있을 만한 시설과 공간을 갖추지 않았다”며 “우한에서 넘어오는 교민은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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