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의’ 댄스 챌린지’ 캡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효리, 장성규, 송민호, 화사. 각 SNS 캡처

지코의 ‘아무노래’, 릴 나스 X의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 리조의 ‘트루스 허츠(Truth Hurts)’. 이들 곡의 공통점은 뭘까.

최근 미국과 우리나라의 10, 20대가 좋아하는 힙합 계열의 노래다. 한가지 더 있다. 이 세 곡은 최근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동영상 기반 SNS ‘틱톡(TikTok)’을 통해 인기를 모았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갸웃할지 모르겠지만, 틱톡은 이미 10, 20대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소셜 미디어다. 젊은 세대의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중음악계도 페이스북, 유튜브 일변도에서 벗어나 틱톡을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래퍼 겸 가수 지코가 지난 13일 발표한 ‘아무노래’는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같은 그룹의 신곡을 물리치고 27일까지 2주 연속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틀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운 요즘, 이런 기록은 매우 이례적이고 대단한 것으로 통한다.

물론 곡 자체의 매력도 상당하다. 흥겨운 힙합 리듬 위에다 음원 사재기를 꼬집는 듯한 가사를 올렸고, 중독성 강한 후렴구까지 입혔다. 하지만 2주 연속 이어지는 ‘장기집권’ 원인으로는 아무래도 틱톡을 적극 활용한 마케팅 방식이 꼽히고 있다.

그룹 블락비에서 탈퇴해 1인 기획사를 차린 지코는 단순히 SNS를 통해 음원이나 동영상을 전파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챌린지’를 통해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아무노래’엔 실제 정해진 안무가 있다. 하지만 ‘아무 노래나 틀어/아무거나 신나는 걸로/아무렇게나 춤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라는 가사처럼 틀에 짜인 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춤을 추도록 유도했다.

지코는 음원 발매 전 그룹 마마무의 화사, 가수 청하와 각각 촬영한 댄스 챌린지 영상을 SNS로 내보내는 등 동료 연예인과의 친분을 적극 활용했다. 이후 그룹 위너의 송민호, 가수 이효리, 방송인 장성규 등이 참여하며 이 노래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국내 틱톡 지사도 관련 영상을 자주 노출하는 방식으로 지코를 도왔다. 28일 기준 틱톡에서 ‘아무노래 챌린지’라는 뜻의 해시태그(#) ‘anysongchallenge’가 붙은 동영상들 조회수는 1억2,000만건에 이른다.

틱톡 챌린지 마케팅이 모두 성공적인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신곡 ‘피버’를 발표한 가수 박진영은 틱톡에서 ‘피버 챌린지’를 실시했다. 가수 현아도 ‘플라워 샤워’를 내놓으며 ‘플라워 샤워 챌린지’를 시도했다. 하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대중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받쳐주지 않아서다.

지코의 홍보를 맡은 이제컴퍼니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춤으로 챌린지를 하자는 게 바로 지코의 아이디어였다”며 “노래와 춤이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처럼 자기만의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춤을 춰도 되기 때문에 대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만든 틱톡은 ‘모바일 동영상 세대의 인스타그램’으로 불린다. 동영상 길이를 15초 안팎으로 제한하다 지난해 1분으로 늘린 뒤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고 있다. 유튜브보다 동영상을 쉽게 편집해 올리고 공유할 수 있어 10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세계 틱톡 실사용자 수는 5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24억명), 유튜브(20억명), 인스타그램(10억명)에 비하면 아직 작지만, 중요한 건 성장 추세다. 이용자가 워낙 급격히 늘어서다. 특히 사용자 중 16~24세 비중이 41%에 이를 만큼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다.

릴 나스 X .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중국 앱’이란 이유로 정부가 나서서 틱톡의 군 내 사용을 금지한 미국이지만, 틱톡 열풍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해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19주간 1위에 오르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릴 나스 X의 ‘올드 타운 로드’가 대표적 사례다. 래퍼 니키 미나즈의 트위터 팬 계정 운영자이자 SNS 스타였던 릴 나스 X는 ‘올드 타운 로드’의 카우보이 콘셉트를 활용한 ‘이호챌린지(#yeehawchallenge)’를 틱톡에서 시작했다. 이 챌린지 덕에 닐 나스 X의 노래는 젊은 층 사이에 계속 회자됐다. 올해 그래미 시상식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수 리조 또한 틱톡 덕을 봤다. 2017년 발표한 ‘트루스 허츠’는 지난해 틱톡의 ‘DNA 테스트(#DNATest)’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뒤늦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랐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방탄소년단의 멤버 제이홉이 솔로 곡 ‘치킨 누들 수프’로 ‘CNS챌린지(#CNSChallenge)’를 했다. 3시간여 만에 100만 팔로워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코의 ‘아무노래’는 따라하기 쉬운데다 참여한 유명 연예인의 팬까지 함께 하면서 더 크게 확산됐다”며 “모바일 동영상 세대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프로젝트를 음악적으로 잘 구현했기에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