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주차 임산부인 직장인 서모(35)씨는 임신과 육아를 다루는 웹툰 ‘정주행(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몰아보는 것)’을 최근 끝냈다. 서씨가 즐겨본 것은 쇼쇼 작가의 네이버 웹툰 ‘아기 낳는 만화’, 그리고 그 후속작인 ‘아이 키우는 만화’였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앓은 작가 본인이 직접 겪은 임신의 고충을 생생하게 풀어낸 웹툰이다. 서씨는 “임신과 육아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얘기를 듣기가 쉽지 않다”며 “웹툰은 재미 있으면서도, 실제로 유익한 정보도 많아 무척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만화에 지식정보를 더한 ‘학습만화’가 ‘정보툰(정보+웹툰)’으로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학습만화의 주 고객층이 아이인데 반해, 정보툰은 어른이 즐겨 본다는 것이다.
정보툰의 시초는 201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다음웹툰 ‘다이어터’(네온비ㆍ캐러멜 작) ‘오무라이스 잼잼’(조경규 작)이 꼽힌다. ‘다이어터’는 고도비만 주인공이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체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오무라이스 잼잼’은 먹음직스러운 음식그림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맛깔나게 풀어해면서 웹툰계의 먹방 역할을 했다. 두 작품의 인기 덕에 이후 정보툰의 팽창이 일어났다. 육아 운동 메이크업은 물론, 법률 정보에다 귀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가장 인기 좋은 건 아무래도 임신과 출산, 육아 정보툰이다. 초기에는 육아 그 자체보다 아이를 키우는 소소한 일상을 웹툰에 녹여낸 ‘일상+육아툰’이 대세였다. ‘어쿠스틱 라이프’(난다 작) ‘나유진의 일상날개짓’(나유진 작) ‘셋이서 쑥’(주호민 작)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정보와 지침이 담긴 웹툰이 늘었다.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닥터베르 작)만 해도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인 작가가 산부인과 전문의인 아내와 함께 육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만화인데도 논문과 통계를 활용한 구체적 임신과 출산 정보가 등장한다. 난임 부부가 아이를 갖는 험난한 과정을 그린 ‘분노의 난임일기’(옥옥 작)는 난임의 원인, 인공수정, 난임 시술 등 난임을 겪고 있는 부부의 실제 경험담을 담았다.
만화의 단골 소재인 ‘스포츠’와 ‘요리’ 또한 빠질 수 없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주짓수를 배우는 과정을 그린 ‘라스트 서브미션’(이행복 작)에는 실제 주짓수 기술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요리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 ‘요리GO’(HO9 작) 또한 조리 실습 일화를 통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메이크업 방법을 알려주는 웹툰도 인기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메이크업 기술을 연마해 인기인이 된다는 내용의 ‘여신강림’(야옹이 작)은 연재 3회만에 네이버 웹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학교 새내기인 주인공이 화장법을 배워나가는 성장담을 풀어낸 ‘대새녀의 메이크업 이야기’(여은 작)도 10대, 20대들의 ‘뷰티 멘토’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나 가설을 비판하는 과학 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계란계란 작), 실제 귀촌 경험을 통해 농촌 생활에서 참고할 부분을 알려주는 ‘풀 뜯어먹는 소리’(글피 작)와 ‘도시소녀 귀농기’(에른 작), 현직 변호사가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법률 상식을 알려주는 ‘임변의 법툰’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정보툰이 쏟아지고 있다.
보는 사람은 재미있지만, 그리는 사람에게는 이중의 고통이다. ‘만화인데 뭘 그리 심각하게’라고 둘러댈 수가 없어서다. 재미 못지 않게 정보전달이 핵심이다. 네이버 법률 포스트에 ‘임변의 법툰’을 연재 중인 임남택 변호사는 “정보를 많이 집어넣으면 이야기 전개가 딱딱해지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어렵다고들 한다”며 “우리 생활과 밀접하지만 공교육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법’을 가능한 친근하게 그리기 위해 매번 연출적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취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요리GO’를 연재 중인 HO9작가는 “실제 조리를 전공하기도 했고, 호텔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친구들을 직접 만나 만화에 쓰일 정보를 취재한다”고 전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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