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등 기소안 결재 거부
문재인 정부 검찰 내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8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겠다는 수사팀에 제동을 걸었다. 새로 부임한 이 지검장이 대검찰청과 협의해 온 수사팀의 기소방침에 이견을 보이며 결재 없이 버팀에 따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에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과 또 다시 충돌할 우려가 번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 비서관 기소를 둘러싸고 검찰 수사팀 감찰을 예고한 가운데, 법무부와 검찰이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선거개입 의혹 수사 실무를 지휘하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다음 달 3일 중간간부 인사 발령 전 주요 피의자 일부를 기소하는 방안을 이 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전해졌다. 기소대상은 백원우 전 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물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이 입증되는 피의자들을 인사 발령 이전에 기소하자는 의지가 강하다. 법무부가 최근 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들을 6개월 만에 물갈이하며 사실상 권력 수사에 대한 문책 인식을 드러낸 만큼, 수사팀이 교체되면 수사를 더 이상 진척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기소해야 한다는 수사팀 안에 이견을 보이며, 결재를 하지 않다가 이날 밤 10시 20분쯤 퇴근했다. 수사팀이 대검과 사건 관련자 기소 여부를 협의해 온 점을 감안하면 결국 윤 총장과의 의견을 이 지검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앞서 최 비서관 기소 과정에서도 윤 총장과 이 지검장 사이 간 충돌이 있었다. 선거개입 의혹 수사의 1차 사법처리 대상은 이 지검장이 이번 주중 윤 총장에게 보고한 뒤 최종 정리될 예정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의혹을 받는 청와대 출신 인사의 기소 여부도 주중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은 백 전 비서관 등의 기소 여부를 인사 발령 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백 전 비서관 또한 공범으로 기소할 지가 막판 쟁점이다. 백 전 비서관이 금융위원회에 유 전 부시장 비위를 알리지 않은 채 사표 처리를 유도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금융위의 징계와 인사권을 침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추 장관은 앞서 검찰의 최 비서관 기소 직후 꺼내 들었던 ‘수사팀 감찰’ 카드를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저녁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사건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실상 검찰에 경고장도 날렸다. 다만 기소 제동을 위한 정치적 판단으로 무리하게 장관 권한을 행사한다면 권력 수사 방해 프레임이 강화돼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법무부는 감찰의 실제 착수 시기와 방식, 주체 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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