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출퇴근ㆍ근무… 주요大 한국어학당 줄줄이 휴강
서울 초중고 113곳 개학 비상… 교육부, 개학 연기 않기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공포가 한국을 뒤덮었다. 설 연휴 뒤 첫 출퇴근길에는 마스크 행렬이 이어졌고 개학을 맞은 학교들은 초비상 상태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 약국에선 마스크가 동나고 주요 대학들의 한국어학당은 줄줄이 휴강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오며 급속도로 퍼진 감염 우려가 한국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28일 오전 출근길 전철과 버스 등은 마스크를 착용한 승객으로 가득했다. 혼잡한 대중교통 안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에는 짜증 섞인 탄식과 날카로운 반응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직장인 김성호(40)씨는 “우한 폐렴 확진자가 도심을 휘젓고 다녔다는데 버스 안에도 확진자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람들이 제발 기침 매너를 좀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편의점 등 업소 직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맞았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손승진(32)씨는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게 우선이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는 5주 과정인 겨울학기 강의를 이날부터 전면 중단했다. 강의 재개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교육센터 관계자는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수업 중단을 결정했다”며 “언제 강의를 다시 시작할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이날 하루 모든 강의를 중단한 뒤 향후 일정을 검토하기로 했고, 단기집중과정을 진행하는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은 외국인 대상 교과목만 휴강에 들어갔다. 고려대는 한국어센터 휴강에 이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일정 취소 여부까지도 고심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육아 도우미 중에는 중국 동포들이 많은데 설 연휴 때 고향에 다녀오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맘카페 등에는 이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우한 폐렴 확산이 공교롭게도 초ㆍ중ㆍ고 개학 시즌과 맞물리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0여곳 중 79곳, 중학교 360여곳 중 26곳, 고등학교 320여곳 중 8곳이 이미 개학을 했거나 이날 개학식을 열었다.
개학을 한 학교들은 곳곳에 손 세정제를 비치했고, 학생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들어도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개학한 서울 강북구 영훈초등학교에는 “임시 휴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 학교 관계자는 “홍콩에 다녀온 학생이 두 명 있는데 둘 다 발열 증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한 명은 등교를 했고, 한 명은 집에 있다”며 “대책을 알아보려고 질병관리본부에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교사들까지 혼란스러워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어 개학 연기 권고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단 개학을 연기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
교육부의 ‘학생 감염병 예방ㆍ위기대응 매뉴얼’은 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휴업이나 휴교를 권고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학교 밖으로 나간 학생들이 통제되지 않아 확산세를 가속할 수 있어서다.
다만 ‘국가위기상황’ 등으로 정상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감염병 전문가 및 보건복지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휴업을 하거나 교육당국이 휴업 또는 휴교를 명할 수는 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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