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평택 등서 172명 접촉… 유증상자 가족 1명은 음성 판정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4 번째 국내 확진자(55세 남성ㆍ이하 4번 환자)가 우한을 떠나 입국 후 격리되기까지 엿새 동안 모두 172명과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4번 환자는 귀국하면서 공항버스와 택시를 이용했으며, 확진 전까지 평택 소재 의료기관을 두 차례나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서울 도심과 경기 일산 지역을 두루 다닌 3번째 확진자(54세 남성)만큼 다중이용시설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밀폐된 대중교통시설, 노약자가 많은 의료기관을 감염 상태에서 오간 사실이 드러나 국내 전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4번 환자는 우한시 공항 폐쇄로 우한발 직항 항공편이 사라지기 전인 지난 20일 대한항공 직항기(KE882)를 타고 당일 오후 4시 2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을 빠져 나온 그는 오후 5시 30분쯤 공항버스(8834번)에 올라 경기 평택시 송탄터미널까지 2시간에 걸쳐 이동한 뒤 택시를 타고 평택시 자택으로 갔다.
귀국 다음 날인 21일 그는 콧물과 몸살 기운이 있어 평택 소재 의료기관인 365연합의원을 찾았다. 의원을 오갈 때 본인 차량으로 이동했으며 동승자는 없었다. 의원 측은 의료기관 전산시스템(DUR)에서 우한 방문력이 확인되자 환자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으나 우한을 특정하지 않고 ‘중국을 다녀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더불어 당시 유증상자 기준에 4번 환자가 부합하지 않아 일반 기타 환자로 분류해 돌려보냈다는 게 의원측 설명이다. 해당 의원은 공교롭게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당시 2차례나 메르스 환자가 거쳤던 기관이기도 하다.
이후 환자는 22~24일에는 평택 자택에만 머물렀다. 질병관리본부는 “카드 사용 내역과 휴대폰 위치추적 등을 통해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5일 4번 환자는 발열과 근육통을 호소하며 본인 차량을 직접 운전해 앞서 방문한 의원을 다시 찾았다. 이때는 우한을 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열만 있고 호흡기 증상은 없어 유증상자로 구분되진 않았다. 다만 365연합의원측이 지역 보건소에 그를 의심환자로 신고, 능동감시(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상태)에 들어갔고 26일에는 근육통이 악화하는 등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이 내려졌다. 그는 같은 날 보건소 구급차를 타고 국가지정 입원 치료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격리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흉부방사선 검사 결과 폐렴이 진행되고 있다”고 환자 상태를 전했다. 네 번째 환자가 방문한 365연합의원은 26일부터 폐쇄됐다. 소독은 완료됐으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의사와 간호사에겐 자가 격리 등 별도의 조치가 내려졌다.
정 본부장은 “4번 환자는 항공기 탑승 때 신종 코로나 증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입국 후 다음날부터 콧물과 몸살 기운이 있었다는 점을 볼 때 이미 비행기를 탈 때 경미한 증상이 있었을 수 있다”며 “보수적으로 판단해 항공기ㆍ버스 탑승객을 접촉자 범위에 넣으면서 접촉자 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네 번째 환자는 입국할 때 열이 없었고 보건당국에 제출하는 건강상태질문서에도 증상이 없다고 적었다.
그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172명 중 밀접 접촉자는 95명이다. 항공기 탑승자(34명)와 공항버스 탑승객(27명), 의료기관에서 함께 진료받은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밀접 접촉자 가운데 가족 1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으나 음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밀접 접촉자들은 자가 격리 후 경과를 보고 있다. 네 번째 환자가 탄 비행기와 버스는 모두 소독을 끝낸 상태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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