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서울고법에 재정신청 사건을 전담하는 재정전담부가 신설돼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 개정 등의 보완책이 없으면 법원의 기소 결정이 있어도 충실한 심리와 판결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7월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불기소도 전담부가 판단하게 됨에 따라 재정신청 제도의 실효성을 살릴 대책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2일 전체판사회의를 통과한 재정전담부를 2월 말부터 가동키로 했다. 재정전담부는 고소ㆍ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법원에 다시 판단해 달라고 하는 재정신청 사건만을 처리하는 재판부다. 재정신청사건은 고등법원에서 다루는데, 전담부가 따로 없어 검찰의 불기소를 뒤집고 재판에 넘기라고 결정하는 비율(재정신청 인용률)이 0%에 가까워 법원이 권리구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선 전담부 도입으로 재정신청 인용률은 높아지겠지만, 이후 재판이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검찰이 해당 결정을 뒤집은 법원 판단을 수용해 충실하게 공소유지를 할 리 만무하다는 우려다. 실제 2017년 재정신청 사건인 김진태(56)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검찰은 구형의견을 내지 않았다. 2009년엔 뉴타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정신청을 통해 기소된 정몽준(69)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검찰이 사실상 무죄를 구형해 논란이 되었다.
검찰의 소홀한 공소유지 문제를 보완할 대안으로는 재정신청 전담변호사(공소유지 변호사) 재도입이 우선 거론된다. 전담변호사 제도는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하는 대신 폐지된 바 있다. 별도의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전문성을 갖춘 검사가 재정신청사건의 공소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는 지적이다. 고법의 한 판사는 “검찰에 스스로 결정을 바꾸라고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인 만큼, 특검처럼 검찰 외부의 법조인에 재정신청사건을 맡기는 게 타당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사건과ㆍ5ㆍ18특례법 등 특별법의 재정신청 사건도 전담부에서 담당하는 만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등 전담부에 힘을 실어줄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기소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권력형 부정부패를 처벌하겠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재정신청을 전담할 변호사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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