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최전선行 의료진 “앉아있을 수만 없다” 참전서
‘긴 머리카락이 바이러스 옮길라’ 간호사들 삭발ㆍ단발 단행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보건소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로 의심되는 한 여성과 대화하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더 이상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장징다오(張景道ㆍ86)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시 제2병원에서 43년 간 의사로 일했다. 은퇴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이 80대 노(老) 의사는 26일 시 위생건강위원회에 ‘현역 복귀서’를 제출했다. 다칭에서 2,350㎞나 떨어진 질병의 최전선 우한으로 보내 달라는 일종의 참전서였다. 장씨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내 동료들도 밤낮으로 분투하고 있다”며 질병과의 전투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의 뜨거운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시는 장씨를 전염병 통제 고문으로 위촉한 뒤 현지 방역 참여를 공산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중국 정부의 늑장 대응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치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만, 현장에선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바이러스와 일전을 불사하는 감동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장씨처럼 자발적으로 우한행을 자청한 의료진의 헌신이 있는가 하면, 그 과정에 죽음을 맞은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당국의 지원 부족에도 생명의 숭고함을 지키려는 인간적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의료진의 잇따른 우한 행렬이다. 베이징(北京) 항공의원 소속 의사와 간호사들은 최대 명절 춘제(春節ㆍ설) 연휴 직전 휴가까지 반납하고 구급대 2개 조를 편성해 우한 폐렴 방지 작전에 뛰어 들었다. 27일에는 톈진(天津)시 의료진 1진이 우한에 급파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현재 30개 팀 4,130명의 의료진이 중국 전역에서 후베이성에 도착해 진료 및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3개 팀, 1,800명도 추가 투입을 위해 대기 중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간호사들도 등장했다. 긴 머리가 바이러스를 증식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인민일보는 27일 “보호복을 입고 벗는 시간도 절약해 더 많은 생명을 살려야 한다”며 삭발 투혼을 보인 우한대 인민병원 간호사 샨시아(30)의 소식을 보도했다. 또 우한시 셰허(協和)병원에서는 간호사 31명이 머리카락을 단발로 바꿨다. 한 간호사는 “수많은 환자를 돌보면서 매일 씻기도 불편하고 짧은 머리카락은 보호복 착용을 쉽게 한다”고 단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병원은 신종 코로나 치료 중점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방역 활동 중 숨진 의료진도 나왔다. 푸젠(福建)성 푸청(浦城)현의 셴양(仙陽)병원 마오양훙(毛樣紅) 부원장은 춘제 당일인 25일 밤 도로에서 행인들의 체온을 검사하다 신호를 잘못 본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그의 아들은 한 매체에 “사고 당일은 아버지 근무일이 아니었는데 병원에 사람이 부족해 일을 자청했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앞서 23일 장쑤(江蘇)성 타이저우(泰州)시의 인민병원에서도 호흡기 내과 의사가 과로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그는 지역 순찰을 한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계속 근무를 서다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치료 도중 되레 감염되기도 한다. 우한 매체들은 셰허병원 의료진 14명이 ‘슈퍼 전파자’인 한 환자로부터 집단 감염됐다고 전했다.

전염병에 맞서는 필사의 노력은 의료진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장(浙江)성 퉁샹(桐鄕)시에서는 공산당 간부들이 주축이 된 폐렴 예방 자원봉사팀이 결성됐다. 인민일보는 “참여자들이 춘제 기간 마을 입구에서 차량과 인원을 통제하는 데 앞장섰다”고 활약상을 소개했다. 기업들의 동참 분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건축ㆍ엔지니어링 업체 중국중원공정은 23일 우한시 건설국의 긴급 요청을 받고 78분 만에 현지에 새로 건설될 병원의 설계도면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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