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금소처가 위기에 몸집 불린 조직? 펀드 사태 부른 금융사가 할 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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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금소처가 위기에 몸집 불린 조직? 펀드 사태 부른 금융사가 할 말 아니다

입력
2020.01.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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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결국 위기에 조직을 키운 거 아닙니까.”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금융소비자보호처(이하 금소처)’의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리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자 금융권 곳곳에선 이런 반응들이 적지 않게 터져 나왔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자, 금감원이 이를 이용해 금융사들을 더 세세히 ‘간섭’할 수 있도록 조직을 키웠다는 비아냥인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조직 개편 내용을 자세히 따져보면 이런 비판에는 상당한 왜곡의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금소처는 커졌지만, 금감원이 커진 건 아니다. 금감원은 이번 개편으로 기존 6개 부서ㆍ23개 팀을 13개 부서ㆍ40개 팀으로 늘리고, 금소처 담당 부원장보도 2명으로 늘려 기존 8명에서 9명 부원장보 체제를 만들었다.

금소처는 기존 다른 부서에 흩어져 있던 각종 금융상품 심사 및 감독 기능과 권한을 떼어와 합친 조직이다. 대신 금감원은 동시에 ITㆍ국제ㆍ인사 관련 부서는 통폐합해 축소했다. 금감원 전체로 보면 ‘조직 확대’라기보다는 ‘조직 구조조정’으로 부르는 게 적합해 보인다. 실제 이번 개편으로 신설된 부서는 1개뿐이고 전체 직원수가 늘지도 않았다. 부원장보는 현행 규정상 9명까지 둘 수 있다.

‘위기를 이용했다’는 금융권의 비판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번 위기는 무엇보다 금융사들이 자율 영업을 하는 과정에 만든 것이다. 금감원이 적시 감독에 실패했다는 점은 나무랄 수 있겠지만, 자신을 믿고 영업 자율권을 확대해 준 감독당국에 금융사들이 할 얘기는 아닐 것이다.

뼈아픈 사고 이후 금융권과 금감원이 해야 할 일은 재발 방지다. 금융사는 자체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금감원은 감독 체계를 다듬는 게 맞다. 만약 위기를 이용해 조직을 늘렸다고 비판하려면, 금감원의 개편이 이번 사태와 무관한 조직을 늘렸을 경우여야 한다.

금감원이 꺼내든 금소처 확대 카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 대응이다. 금소처를 확대하면서 금감원은 지금껏 시도하지 못한 ‘기능별 감독’을 현실화했다. 금소처는 앞으로 은행ㆍ증권 등 업권별이 아니라, ‘상품’을 기준으로 감독한다. DLF처럼 여러 금융업권에 걸친 상품이 기획ㆍ판매돼 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보는 게 좋다. 외양간을 제대로 고쳤는지 지켜본 뒤, 제대로 못 고쳤을 경우 비판해도 늦지 않다. 금감원이 이번 조직 개편으로 소비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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