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의 해’ 2020년을 맞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의 약진이 도드라지고 있다. 태극낭자들의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 경쟁상대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일본에 있을 거란 분석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일본 여자골프 간판 하타오카 나사(21)는 28일(한국시간)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지난주보다 한 단계 높은 4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을 6위로 시작한 하타오카는 시즌 개막전인 다이아몬드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와 최근 막 내린 게인브릿지 LPGA서 연속 준우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두 대회에서 보인 하타오카의 우승 도전 과정은 어떤 선수라도 위협을 느끼기 충분했다. 다이아몬드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선 3라운드까지 선두 박인비에 3타 뒤졌지만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에선 박인비(32ㆍKB금융그룹)에 앞선 뒤 우승자 가비 로페즈(27ㆍ멕시코)와 ‘1박2일’ 혈투까지 벌였다. 게인브릿지 LPGA에선 1라운드를 이븐파 27위로 마치고도 2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줄이며 단숨에 공동 3위까지 뛰어올라 초대 챔피언 다툼을 벌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선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17번홀까지 보기를 1개로 막고 버디 5개를 몰아치며 삭스트롬(28ㆍ스웨덴)과 공동선두를 이뤄 우승에 근접하는 저력을 보였다.
2016년 17세 263일의 나이로 일본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재작년 6월 19세의 나이로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LPGA 무대 첫 우승을 거두며 일본 여자골프 간판 자리를 꿰찬 하타오카는 자연히 올해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림픽이 열릴 골프코스가 일본 선수들에게 조금은 더 유리할 거란 관측도 많다. 오는 8월 5일~8월 8일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종목이 열리는 일본 사이타마현 가미가세키 컨트리클럽 동코스는 전장이 길지 않은 대신 굴곡 심한 그린과 턱 높은 벙커가 많아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아시아 선수들이 유리하단 평가가 많은데, 한여름 더위와 일본 특유의 살짝 뜬 잔디가 일본 선수들에겐 안성맞춤인 셈이다.
하타오카뿐 아니라 지난 시즌 AIG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 시부노 히나코(22), 지난 시즌 토토 배팬 클래식 우승자 스즈키 아이(26)도 각각 여자골프 세계랭킹 11위와 14위에 올라 있어 지금 순위대로라면 3명의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 때문에 4명 출전 가능성이 높은 한국과 우승 확률 차이도 크지 않아 한국 선수들에게 올림픽 무대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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