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립된 한국교수발전연구원
내달 국회서 교원 자립 토론회 열어
다음달 국회 토론회를 여는 김현순(왼쪽) 한국교수발전연구원 대외협력위원장과 이재웅 경영기획본부장은 “사학의 문제는 한국 전체의 문제이고, 대학 폐교는 그 적폐의 결과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오대근 기자

지난해 8월 교육부는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소개하며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급격한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크게 줄면서 현재의 대학 입학 정원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24년 국내 대학들이 입학정원의 24%(12만 4,000명)를 채울 수 없게 된다는 추정이다. 단순 계산으로 전국 351개 대학 중 87개 대학이 신입생을 한 명도 뽑을 수 없다. 교육부는 당장 올해부터 대학 모집정원(49만7,000여명)이 실제 입학생 수(47만9,000여명)를 웃도는 ‘대입 역전 현상’이 시작된다고 진단했다. 이미 2000년 이후 폐교대학은 전국 16개(자진 폐교 5개 포함),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교원과 교직원은 937명에 이른다. 시간강사 등 비전임 교원과 계약직은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해 우리 사회는 준비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법도 개인도 정부도. 분명한 건 문제가 점점 커질 거란 점이죠.”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이재웅 한국교수발전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은 “문제를 먼저 겪어본 당사자로서 작지만 실질적인 대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을 비롯한 전국 폐교대학연합회 소속 교원, 교직원들이 지난해 11월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연구원’을 꾸린 이유다. 김현순 대외협력위원장은 “12개 폐교대학 교원, 교직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자며 연구원을 세웠다. 단체회원을 포함하면 2,000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줄어 문을 닫은 대학 교원들의 자조모임 한국교수발전연구원은 내달 13일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과 함께 국회도서관에서 ‘폐교대학 교원 자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대내외에 알린다. 폐교대학 전직 교원들과 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해 △현황 실태 조사 △교원·교직원 처우 대책 △폐교대학지원센터 운영 방안 등을 정부에 제안한다.

두 사람의 전직은 2018년 폐교된 대구미래대학 교수다. 김 위원장은 20년, 이 본부장은 8년을 근무했지만 학교가 폐교되면서 한 순간 일자리를 잃었다. 김 위원장은 “학교가 자진 폐교해서 우리가 못 받은 임금은 없다. 강제 폐교된 대학 교원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폐교대학 교원 대부분은 재단의 횡령, 부실 경영으로 인한 강제 폐교를 겪으면서 임금이 체불됐는데, 그 총액이 800억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 대학의 토지, 건물은 교육용 재산이라 청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대학을 강제 폐교하면 재단을 청산하는데, 민법에 따른 청산 절차가 길게는 10년씩 걸린다. 그 10년간 어떤 채권채무도 정리되지 못한다”면서 “법을 개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폐교대학연합회 소속 교원 중 재취업에 성공한 이는 2~3%로 추정된다. 대학을 벗어나 독자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맡기 어렵고,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기도 힘들어서다. 김 위원장은 “부실 사학의 피해자인데도 ‘이제까지 잘 살았는데 무슨 불만이냐’ 하는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우울증을 겪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희 전 성화대 교수가 2017년 폐교대학 교수 44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우울증 등 질환을 앓는 경우는 64%(28명)에 달했다. “폐교대학 교원의 정서적 자립을 위한 심리치료, 상담이 필요하다”(이재웅)고 지적하는 이유다.

앞으로 폐교대학이 속출할 예정이지만 교육당국의 관련 실태조사나 대책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교수발전연구원은 폐교대학에 관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연구용역을 수행하거나 정책 기초자료 수집·조사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국교육개발원에 연구단체로도 등록했다. 조합원 생계유지를 위해 교육사업 등 영리활동도 펼친다. 이 본부장은 “대학이 정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경험했다. 제 경험이 개인적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화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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