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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균형] 생물다양성과 질병

입력
2020.01.28 18:00
수정
2020.01.29 10:3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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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성의 야생동물 판매점. ©Benjwong
후난성의 야생동물 판매점. ©Benjwong

중국에서 다시 번지기 시작한 ‘2019-nCov’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중국만의 문제인지, 인류 전체의 문제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글에서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빈 숲(Empty forest) 신드롬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호랑이가 사라졌고, 특히 엄청난 수의 올무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형 맹수류까지 절멸시킬 강도의 올무 양이라면, 그 숲 전체를 침묵시킬 수 있고, 그 결과물은 밀렵동물이 집중되는 시장과 대중식당에서 나타납니다. 이를 생태학자들은 부시미트(Bushmeat)라 부르지요. 흔히 아프리카의 외진 곳에서만 나타나던 현상이 특이한 맛과 야생의 효능을 좇는 사람들에 의해 도심까지 확산되었죠.

통제되지 않는 사냥 규모는 종 다양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특정 종을 멸종시킵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단순히 생명체를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이즈, 에볼라와 원숭이폭스 등 신종인수공통감염병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게 넘쳐오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과연 이 문제가 아프리카에 국한되었을까요? 우리도 이미 경험하였지만 야생의 힘을 믿는 몬도카네적 현상이 아시아에도 널리 퍼져 있고 이 시한폭탄이 이번에는 우한에서 터진 셈입니다.

野味(YeWei, 여웨이, 야생의 맛)라는 간판을 단 식당들은 중국 변방에 즐비하고, 여기에는 출처를 알기도 어려운, 살아있거나 훈제로 변한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녹슨 창살 안에서 비밀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2003년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은 사향고양이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메르스를 기억하는 우리는 바로 낙타를 떠올립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헨드라바이러스는 말에서, 니파바이러스는 돼지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에게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 낙타나 말, 돼지에게 바이러스를 넘겨준 것은 모두 박쥐류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존재합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종 야생 숙주는 코브라와 같은 뱀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 변온동물인 뱀으로부터 항온동물인 사람에게 직접 넘어오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스와 같이 또 다른 종이 존재할 것이라는 의미죠. 박쥐와 사향고양이와 같은 특정 위험종만을 통제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과거에도 이 문제가 발생하였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 인류는 엄청난 규모의 교역과 함께 24시간 내 웬만한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교통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위험성 변화와 국지적 질병 문제의 병합은 질병의 세계화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우리는 폭발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생동물 종을 비자연적으로 뒤섞는 것이 야생동물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며, 나아가 방역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과 식당에서 번지면서 바이러스는 변이하고, 시한폭탄은 터집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면 야생동물 보전이 단순한 자연 보호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지구 생태계와의 균형이 무엇인지 거듭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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