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서 기침하자 여기저기서 ‘짜증소리’
“콜록 콜록” 28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에서 시청 방향으로 이동 중인 버스 안. 한 승객이 손으로 입을 가리지도 않고 기침을 하자 여기저기서 ‘아 진짜’와 탄식과 함께 짜증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직장인 김성호(40)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자가 도심을 휘젓고 다녔다는데 버스 안에도 확진자가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사람들이 제발 기침 매너를 좀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우한 폐렴 공포증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날 길거리엔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하철ㆍ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마트ㆍ음식점 등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들 찾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서울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손승진(32)씨는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착용하는 게 우선이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착용하는 게 매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준원(35)씨는 “괜히 불안해서 어제 저녁 편의점에 가 마스크를 10개나 샀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명동 일부 약국엔 마스크를 사려는 손님들이 몰려 긴 줄을 늘어서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우한 폐렴 발생 시기가 공교롭게도 초등학교 개학 시즌과 맞물리면서 일선 교육 현장에선 혼선도 빚어졌다.
이날 개학한 서울 강북구 영훈초등학교에선 ‘학교를 임시 휴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홍콩에 다녀온 학생이 2명이 있는데 둘 다 발열 증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1명은 학교에 왔고 1명은 집에 있는 상황”이라며 “대책을 알아보려고 질병관리본부에 계속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우한 폐렴과 관련한 교육청 지짐은 전날 오후에나 학교에 전달됐다고 한다. 중국 우한시에 방문한 학생은 14일간 등교 중지를 시키라는 내용인데, 정작 중국 다른 지역이나 홍콩 등에 방문한 학생에 대해선 어떻게 하란 지침이 없어 일선 학교 관계자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 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대기업 계열사 출입구엔 체온을 재는 ‘열감지기’가 등장했다. 이 회사는 이날 전 직원을 상대로 최근 한 달 중국 우한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온 직원이 없는지 긴급 조사를 벌였다. 이 회사 직원은 “갑자기 우한 폐렴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서도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L사는 이날부터 임산부에 한해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전자업체 S사도 중국 지역 방문자의 경우 일주일 간 자택에 대기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스타트업은 당분간 직원들 모두 재택근무를 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소비자와 대면 접촉이 많은 커피업체 스타벅스는 전날부터 모든 매장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 조치를 시행했다.
맞벌이 직장인 부부들의 불안감도 더욱 높아졌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 필수로 자리잡은 육아 도우미가 중국 동포 출신이 많은데 이들이 설 연휴를 맞이해 고향에 다녀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현재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이런 내용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몰려있는 어학당들도 줄줄이 휴교조치에 들어갔다. 서울대 한국어교육센터ㆍ연세대 한국어학당ㆍ이화여대 언어교육원 등은 이날부터 임시 휴교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 관계자는 “지금은 원래 겨울학기 기간인데 오늘 하루 휴교하기로 결정했고, 향후 휴교 기간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예약한 캠퍼스투어도 취소했고 예약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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