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해변가인 에겔셀드 지역의 고층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기초공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개발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극동지역에만 북한 노동자 2만명을 받아들였다. 블라디보스토크=배우한 기자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보유 외화가 많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제재가 지속돼 거래용 외화까지 줄어들게 되면 환율과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문성민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과 김병기 금융통화연구실장은 28일 발표한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 외화 감소가 물가ㆍ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달러라이제이션이란 미국 달러화로 자국 통화가 대체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연구진은 북한 경제 내에서 가치저장의 목적으로 금고 등에 보관된 외화가 상당 수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의 시장 물가ㆍ환율은 2013년 이후 최근까지 안정돼 있는데, 달러 사용이 확대되고 안정된 이후에는 달러라이제이션이 물가와 환율을 안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이들이 현금성 자산 중 외화로 보유한 비율은 2009년 약 40%에서 2012년 93%까지 크게 올랐다.

연구진은 2017년에 북한의 외화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된 것은 가치저장용 외화의 증감만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대북 제재로 북한의 전체 보유 외화가 감소하더라도 금고 등에 보관된 가치저장용 외화량만 줄고 거래용 외화량이 변하지 않으면 환율과 물가가 안정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북한의 외화보유량은 가치 저장용 외화 20억1,000만~42억8,000만 달러, 거래용 외화 10억~23억5,000만달러로 총 30억1,000만~66억3,000만 달러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제재로 인해 보유 외화 감소가 지속될 경우 가치저장용 외화가 소진돼 거래용 외화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연구위원은 “북한 내 환율과 물가가 뛰기 시작한다면 북한 내 달러가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달러가 고갈되면 북한은 과거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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