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립정부의 미래와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재기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던 26일(현지시간)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에서 연정의 한 축인 중도좌파 민주당이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정에서 밀려난 극우정당 동맹 대표인 살비니 전 부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연정을 깨트리려 했지만, ‘정어리 떼 집회’로 불리는 풀뿌리 저항운동에 가로막혀 무위에 그쳤다.
개표율이 99%에 이른 27일 오전 기준 민주당 소속 스테파노 보나치니 현 주지사는 51.4%를 득표해 우파연합 단일후보인 동맹의 루치아 보르곤초니 상원의원(47.3%)을 따돌렸다. 오성운동 측 후보는 3.47%의 득표에 그쳤다. 우파연합은 동맹과 더불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또 다른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3당이 구축한 선거 동맹이다.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인구 기준으로 이탈리아 20개주 가운데 네 번째로 크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두 번째로 높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좌파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현지 정가에서는 이번 선거를 지난해 9월 출범한 ‘좌파 포퓰리즘 연정’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패배하면 연정이 붕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살비니 대표는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한 연정 붕괴와 조기 총선을 주장했다. 실제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은 경제부흥에 대한 기대심리와 반이민 정서 등을 등에 업고 급속히 세를 불렸고, 마지막까지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하지만 극우주의와 혐오정치의 상징인 살비니 대표를 가로막은 건 ‘정어리 떼 집회’로 불리는 반극우 시민운동이었다. 지난해 11월 볼로냐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선거 1주일 전인 지난 19일 4만명이 운집할 정도로 세력을 크게 불렸다. 볼로냐의 최종 투표율이 2014년보다 무려 3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30대 시민 4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살비니 대표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제안한 게 시초다. 수백만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큰 물고기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다수 시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자는 의미다.
이날 함께 치러진 남부 칼라브리아주 선거에서는 우파연합 단일 후보인 전진이탈리아의 졸레 산텔리 상원의원이 55.70%를 득표해 30.28%를 얻는 데 그친 피포 칼리포 현 주지사에 압승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