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美대사관 내부 처음으로 피격당해
반정부ㆍ반미 시위 격화로 정치적 혼란 가중
26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칼리니광장 인근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한 가운데 시위대가 불을 질러 거리를 봉쇄하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내부가 처음으로 로켓포의 직접공격을 받았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이라크 내 반정부시위가 격화일로인데다 대규모 반미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미국ㆍ이란 간 격전지인 이라크의 정국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이 26일(현지시간) 5발의 로켓포 공격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3발이 대사관을 직격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보안당국 관계자는 “3발 중 1발은 저녁식사 시간대에 대사관 구내식당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AFP통신 기자들은 오후 7시30분쯤 터키와 이라크에 걸쳐 흐르는 티그리스강 서안에서 굉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합동작전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대사관 인근에 5발의 로켓포 공격이 있었고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이라크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한 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 미국대사관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이지만, 대사관을 직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도 공격 주체를 자처하는 주장은 없지만, 미국은 그간 이라크 내 시아파민병대와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지목해왔다.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임시총리는 이번 공격에 대해 “이라크를 전쟁으로 끌고 가는 위험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이라크 정부를 향해 “외교시설 보호 의무를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미국대사관을 직격한 이번 로켓포 공격은 이라크 국내 정세의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미국이 공격 배후로 친이란 무장세력을 겨냥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중동지역 정세 전반이 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중순 미국의 ‘이란 2인자’ 폭살과 이란의 반격이 오가는 사이 주춤했던 이라크 내 반정부시위는 17일 이후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26일 시위 때는 총기를 사용한 보안군의 강경진압으로 12명이 사망하고 2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라크 인권고등위원회는 반정부시위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이후 사망자가 5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외세의 간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ㆍ이란 간 전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이라크 의회도 미군을 비롯한 외국 군대의 철수를 공식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지난 24일 바그다드에서는 금요 대예배를 마친 시위대 100만명이 대규모 반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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