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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 먹고 통과” 구멍 뚫린 검역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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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 먹고 통과” 구멍 뚫린 검역 관문

입력
2020.01.27 18:42
수정
2020.01.27 20:08
3면
0 0

中여성 “해열제 복용 후 우한서 출국” 논란

추가 사례 언제든 가능…“감염자라면 재앙”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26일 중국 충칭 장베이국제공항에서 검역 직원이 승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충칭=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26일 중국 충칭 장베이국제공항에서 검역 직원이 승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충칭=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우한(武漢)에 사는 중국인 여성이 기침ㆍ고열 증상을 감추려고 해열제를 복용한 뒤 공항 검역을 통과해 프랑스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다행히 감염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출입국시 체온 측정 위주인 현행 검역 시스템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 리옹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한 중국인 여성관광객의 글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우한을 떠나기 전 열과 기침 증상이 있었고 너무 무서워서 서둘러 약을 먹고 계속 체온을 확인했다. 다행히 체온이 내려가 순조롭게 출국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원지인 우한이 봉쇄되던 지난 22일 혹시나 모를 감염 가능성을 숨긴 채 프랑스로 날아갔음을 당당하게 실토한 이 글에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결국 프랑스주재 중국대사관이 이 여성을 찾아 응급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했고, 이튿날 추가 검사가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공지함으로써 해열제 복용 후 검역대 통과 논란은 일단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 일을 계기로 중국 보건당국은 자국민들에게 공항ㆍ역 등지에서의 검역에 적극 협조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신종 코로나 검역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적 필요에 따라 이동이나 출국을 목적으로 해열제 등을 복용할 경우 검역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기침ㆍ발열을 일시적으로 숨겼다가 나중에 감염 사실이 드러난 사람은 사실상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 각국 정부가 좀 더 세심하고 적극적인 검역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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