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즐겁고 기분 좋은 등장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62회 그래미시상식에서 미국 래퍼 릴 나스 X와 함께한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 공연 직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온라인 기사로 이렇게 평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이번 그래미의 어떤 공연도 이보다 큰 미소를 안겨주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국내 가수 가운데 처음으로 그래미 무대에서 공연한 방탄소년단은 짧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탄소년단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그래미시상식 2부에서 래퍼 릴 나스 X의 지난해 히트곡인 ‘올드 타운 로드’를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 DJ 겸 프로듀서 디플로, 어린이 컨트리 가수 메이슨 램지와 함께 불렀다.
힙합과 컨트리를 조화시킨 노래답게 다양한 인종과 장르의 음악인들이 경계를 허무는 무대가 연출됐다.
공연은 릴 나스 X가 거실 소파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컨트리 풍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무대가 회전한 뒤 빌딩 숲 야경이 배경으로 놓인 옆 무대로 옮겨 간 릴 나스 X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노래를 열창했다. 무대가 몇 차례 바뀐 뒤 마지막엔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모든 가수가 한 무대에서 노래했다. 방탄소년단이 나타날 때마다 객석에선 함성이 울려 퍼졌다.
릴 나스 X는 이 노래의 여러 리믹스 버전을 발표했는데, 방탄소년단의 RM과는 ‘서울 타운 로드’를 내놓기도 했다. RM, 슈가, 제이홉은 이날도 한국의 호미를 재치 있게 언급한 ‘내 가방엔 호미가 들었지’ ‘호미는 한국에서 철로 만든 건데 최고야’ 등 ‘서울 타운 로드’ 가사를 랩으로 소화했고, 진 뷔 지 정국은 후렴구를 노래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그래미시상식에서 시상자로 참석한 데 이어 올해 공연자로 2년 연속 그래미 무대를 밟으며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새로 썼다. RM은 시상식 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장 큰 목표는 그래미 후보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 데뷔 공연이라는 것만으로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18세의 미국 여성 가수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의 앨범상ㆍ레코드상ㆍ노래상, 최우수 신인상 등 장르를 초월해 시상하는 종합 4개 부문을 휩쓸며 파란을 일으켰다. 신인 가수가 이 4개 부문을 싹쓸이한 것은 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이다. 아일리시는 최우수 팝 보컬 앨범상까지 5개 트로피를 안았고, 그의 앨범에 프로듀서이자 작곡자로 참여한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이 비클래식 부문 최우수 엔지니어드 앨범, 올해의 프로듀서까지 2개 부문을 수상하며 7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최다 부문(8개) 후보자였던 여성 가수 리조는 주요 4개 부문을 모두 아일리시에게 양보하며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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