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우디 꺾고 사상 첫 AFC U-23 챔피언십 정상
원두재(가운데)가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MVP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한국의 우승으로 끝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무대는 한국축구 ‘알짜 유망주’를 대거 발견한 무대였다. 이 가운데 이름은 생소하지만 김학범호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원두재(23ㆍ울산)의 발견은 큰 소득이다.

김학범(60) 감독이 이끈 U-23 대표팀은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정태욱(23ㆍ대구)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안컵을 비롯한 AFC 주관 대회 우승이 드물어 ‘무늬만 아시아 최강’ ‘종이 호랑이’란 오명을 썼던 한국은 ‘작은 아시안컵’으로 불리는 이번 대회에서 6전 전승을 거둬 우승하며 오랜만에 정상에서 포효했다.

이번 대회 MVP는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한 원두재였다. 의외라지만 대회를 꾸준히 지켜본 이들이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과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과정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며 동력을 마련한 ‘엔진’ 같은 존재였다. 실제 김학범 감독은 중국과 조별리그 1차전을 제외한 5경기에 그를 풀타임 출전시켰다. ‘베스트11’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경기마다 많게는 7명씩 선발 라인업을 바꿔왔던 김 감독으로부터 가장 긴 시간 선택을 받은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하나다.

원두재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 흐름을 읽어 상대 공격을 사전 차단하고, 필요할 땐 거친 몸싸움도 마다 않으며 중원을 지배했다. 2002 한일월드컵의 김남일(43), 2012 런던올림픽 기성용(31)을 떠올리게 하면서 ‘신형 진공청소기’ ‘차세대 기성용’이란 별명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은 재목이지만 1990년대 한국 국가대표 공격수로 이름 날린 ‘쌕쌕이’ 정재권(50) 한양대 감독이 발굴하고, 일본 국가대표 출신 이하라 마사미(53) J2리그(2부 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 감독이 애정을 갖고 가다듬은 유망주였다.

청주 운호고 재학시절까지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보인고와 경기를 지켜 본 정재권 감독의 눈에 들어 크게 성장했다. 정 감독은 27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185㎝가 넘는 키를 가졌음에도 민첩하게 움직여 눈여겨봤고, 대학시절 몸무게까지 늘려 파워를 보완했다”며 “아직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양대 재학 시절부터 스페인과 독일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유망했던 선수였다”고 했다.

실제 원두재의 축구인생은 한양대 입학 후 바뀌었다. 입학 첫해인 2016년 19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수원 JS컵에서 국제 무대를 경험했다. 이듬해 국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하는 비운을 맞기도 했지만, 그 해 여름 J2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 입단한 뒤 이하라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아 지난해엔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33경기에 출전해 후쿠오카의 강등권 탈출에 크게 일조했다. 정 감독은 “현역 시절 치열하게 싸웠던 이하라 감독이 원두재를 원했고, 이하라 감독이라면 원두재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후쿠오카 이적을 도왔다”며 “일본에 다녀온 뒤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을 키워 이번 대회에서 큰 활약을 펼쳐 대견하다”고 했다.

정재권이 발굴하고, 이하라가 가다듬고, 김학범이 광을 낸 원두재는 이번 시즌 울산 현대로 이적해 난생 처음 K리그 무대에 선다. 그는 MVP를 차지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일본에서 뛰어 사람들이 많이 모르겠지만 올해 K리그에 오면서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며 “나이가 어린 만큼 열심히 해서 K리그 경기에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안주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18명에 포함되기 위해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올림픽 본선 엔트리는 이번 대회보다 5명이 줄어드는 데다, 최대 3명의 와일드카드 합류가 가능해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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