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영업·솜방망이 처벌 ‘강릉 고교생 참사’ 이후에도 여전
소방당국에 걸렸지만 문 안 열어… 市는 통보받고도 조치 안 해
설날 일가족의 목숨을 앗아가며 7명의 사상자(사망 6명, 1명 전신화상)를 낸 강원 동해시 펜션 가스폭발 사고는 건물주의 불법 배짱영업과 행정당국의 허술한 조치가 빚은 ‘인재(人災)’로 결론 날 전망이다. ‘무늬만 펜션’인 ‘다가구주택’에서 영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소방점검 이후 시정조치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참변을 막을 수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불과 1년여전인 2018년 12월 10명의 사상자가 난 강릉 펜션 참변을 겪고도 동해안 무허가 숙박업소가 난립해 안전 사각지대는 더 넓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해시와 경찰, 소방당국 조사 결과, 폭발사고가 일어난 토바펜션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됐다. 이후 2011년 건물 2층을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해 펜션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했다. 숙박시설로 허가 받지 않은 불법시설이었지만 버젓이 손님을 받은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4일엔 소방당국의 특별조사에서 2층 다가구주택에서 불법 펜션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내부 시설점검을 받지 않았다. 건물주나 세입자가 내부 확인을 거부하면 강제로 점검할 수 없는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었다. 건물주는 소방점검 나흘 뒤 동해시에 숙박업 등록을 시도했다가 취소했다. 이렇게 무등록 배짱영업은 두 달 가까이 더 이어졌고, 설날 악몽 같은 참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동해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당국이 불법 펜션영업 사실을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통보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리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또 강릉 펜션 가스누출 사고 이후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진행한 펜션 등 무등록 숙박업소 조사에서도 참변이 발생한 토바펜션은 적발되지 않았다. 단속이 포털사이트를 제외한 스마트폰 응용소프트웨어(어플리케이션)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촉박하다거나 부족한 인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참변의 대가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의 일제 단속에도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는 ‘뇌관’인 불법 숙박업소가 전국에 버젓이 널려 있다는 점이다. 건축이나 위생, 소방점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적발 시 벌금이 세금보다 적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법을 지키면 되레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인식이 여전해 안전사각지대인 불법 숙박업소 영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법영업이 적발되거나 소방시설 설치 및 점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무거운 형사처벌을 내리는 쪽으로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고원인 규명에 나선 동해경찰서는 “사고 현장 감식과정에서 가스 배관의 막음 장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객실에 인덕션을 설치하면서 기존 액화석유(LP)가스 밸브를 완벽히 봉인하지 않아 가스가 누출됐고, 휴대용 가스버너 등 발화원을 만나 연쇄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스레인지 철거 시 LP가스 공급업자가 배관 마감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작업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LP가스 밸브 막음 처리와 인덕션 교체 작업 등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과 사망자 부검 결과 등이 나오는 대로 관련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해=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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