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특수 사라진 코스피도 긴장
중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 충격에 설 연휴 기간 국내외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아직은 낮은 치사율 등을 감안할 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연초 상승세를 타던 주요국 증시가 잇따라 급락하며 우한폐렴이 세계 금융시장에 ‘블랙스완(예상하지 못한 경제위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3% 급락 마감했다. 중국 정부의 해외 단체관광 일시 중단 결정에 따라 관광 관련 업종과 중국내 사업체를 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우한폐렴 충격이 과거 사스 사태 때처럼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0.45%포인트 가량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도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지난 주보다 3% 이상 급락한 배럴당 60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이날 중국, 홍콩 증시는 춘제 연휴로 개장하지 않았지만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5%, 선전종합지수는 3.45% 급락했다. 앞서 미국 뉴욕증시 역시 지난 24일 다우지수가 0.58%, S&P 500 지수는 0.90%, 나스닥 지수는 0.93%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뉴욕 3대 지수는 지난 한주 각각 1.22% 1.03%, 0.79%씩 뒷걸음질쳤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역시 전 거래일보다 12.17% 급등한 14.56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 역시 이날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점과, 춘제 수혜가 사라진 점을 감안하면 28일 개장 이후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 2,26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는 설 연휴 직전인 23일 2,246.13까지 떨어졌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춘제 특수가 기대되던 중국 관련 소비주의 투자 심리 위축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우한 폐렴의 치사율(3%)이 사스(9.6%)나 메르스(34.5%)보다 높지 않고 역대로 질병 이슈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일본계 투자은행(IB) 노무라는 “전염 정도가 제한적이고 춘제 이후 사망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은 반도체 업황 반등, 경기 개선 등의 호재에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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