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기 부실 대응, ‘사스’ 사태 반복 초래
세계로 확산되며 국내 4번째 확진자 발생
민관 역량 총결집해 국민 보건안전 지켜야
27일 오후 서울역 출입구에 붙은 질병관리본부의 예방행동수칙 포스터 옆으로 마스크를 한 이용객이 지나가고 있다. 이한호 기자

‘우한 폐렴’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27일 현재 30개 성(省)에서 3,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왔고 이 중 80여명이 숨졌다. 한국 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물론 미국 프랑스, 호주로까지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2003년 774명이 숨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보다는 낮다고 보지만 사스보다 치사율이 높을 가능성이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감염원의 종류와 발병 지역은 물론 바이러스 확산 형태까지 사스를 떠올리게 한다. 2002년 말 중국 남부에서 37개국으로 확산된 사스는 발병 사실이나 감염 실태를 언론은 물론 WHO 조사단에까지 숨기려 든 중국 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 발병 5개월 뒤 나온 당시 후진타오 주석의 ‘사스와의 전쟁’ 선포는 정보통제사회가 재난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 경우가 사스 때처럼 정보를 은폐했다거나 보건 행정이 부실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초기 방역 실패와 뒷북 대처 행태는 여전하다. 중국 당국은 발병 초기 뚜렷한 근거도 없이 전염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대응에 소홀했다. 해외에서는 확진 사례가 나오는데 중국에서는 왜 확진 보도가 없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그제서야 공식 발표가 시작됐다. 우한 외 중국내 다른 지역 발병 사실도 홍콩 언론 보도 뒤에야 공개했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사설을 통해 우한의 대응이 명백히 늦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정부 대응 체계가 미비할 경우 이런 상황은 중국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재연될 수 있다. 2015년 우리의 메르스 경험이 여전히 뼈저린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이 초기 방역에 실패한 이상 바이러스 감염자가 세계로 확산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다. 각국의 검역ᆞ방역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7일까지 모두 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보건 당국이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지만 입국 당시 뚜렷한 증상 없이 검역망을 통과한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의 경우 며칠 간 통제 없이 일상 활동을 했다. 문제는 이들이 입국 이후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는데도 우한 체류 등의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염증의 2차 방어벽이라 할 선별진료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신종 감염증을 통제하지 못하면 사태는 보건의 위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 전체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까지 고려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강도 높은 조치로 대응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소재와 증상 발생 여부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은 적절했다. 차제에 우한에 있는 우리 국민의 철수도 검토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안전과 방역, 예기치 못한 감염 등에 철두철미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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