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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정신 우리가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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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정신 우리가 이어갈게요"

입력
2020.01.27 18:29
수정
2020.01.28 13:4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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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김복동 할머니 1주기

학생들이 위안부 배지 만들고

고구마 농사 수익 기부금 전달

지난해 8월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기록한 영화 ‘김복동’의 포스터
지난해 8월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기록한 영화 ‘김복동’의 포스터

“내 힘이 닿는 데까지 살아 생전에는 끝까지 내가 싸우고 갈 거야.”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전 세계를 누비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평화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일본 정부가 아직까지 김 할머니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김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28일 김복동 할머니가 타계한 뒤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만 5명.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에도 피해자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9명으로 줄었다. 그러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우리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는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과 함께 “위안부 피해 역사를 기억하는 건 남은 사람 몫”이라는 다짐과 사회적 결의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건 수요집회를 주최하는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정의연 대표는 “김복동 할머니는 67살인 1992년 위안부 피해를 고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94살이 되는 지난해까지 정말 처절하게 싸웠다”며 “김복동 할머니 1주기를 맞아 전세계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다시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김복동 정신’을 따르기 위한 김복동 센터 건립 계획을 선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백꽃 소녀 배지’ 디자인을 기부한 경기도 화성시 청계중학교 역사 동아리 ‘동백꽃’ 소속 학생들. 박솔우 학생 제공.
‘동백꽃 소녀 배지’ 디자인을 기부한 경기도 화성시 청계중학교 역사 동아리 ‘동백꽃’ 소속 학생들. 박솔우 학생 제공.

학생들도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를 실천하는 행동에 동참하고 나섰다.지난해 김복동 할머니 별세 소식을 듣고 곧바로 역사 동아리 ‘동백꽃’을 만들었다는 경기 화성시 청계중3학년 박솔우(16)양이 대표적이다.동백꽃의 꽃말인 ‘청렴’처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실도 청렴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박군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배지를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박양의 기특한 아이디어는 청년 활동가의 도움으로 빛을 보게 됐다.비용 문제로 고민하던 박 군에게 위안부 피해자 관련 굿즈 상품을 만들어 팔아 기부하는 단체인 소녀해방단이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단체 대표인 김영우(37)씨는 201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 위안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소녀해방단’을 만들었다.

'동백꽃 소녀 배지' 디자인.
'동백꽃 소녀 배지' 디자인.

박양과 김 대표가 의기투합한 첫 작품이 ‘내 마음은 지지 않아’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유지가 새겨진 ‘동백꽃 소녀 배지’. 박솔우 학생은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도 배지를 사 교복 상의나 필통, 가방에 달고 다니는걸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며 “올해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관련 캠페인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 지역 고등학생들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군산청소년학생연합에서 추진한 농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고등학생 5명은 1년 동안 키운 고구마 판매 수익금 30만원 전액을 지난 22일 정의연에 기부했다. 군산동고등학교 고영서(18)학생은 “100평이 넘는 밭에서 주말마다 풀을 뽑고 밭을 갈면서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며 “친구들과 영화 ‘김복동’을 보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쓰고 싶다는 생각에 큰 액수는 아니지만 우리가 노력해서 번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군산청소년학생연합 소속 고등학생 5명이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 학생들은 수익금 전액을 정의기억연대에 기부했다. 고영서 학생 제공
군산청소년학생연합 소속 고등학생 5명이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 학생들은 수익금 전액을 정의기억연대에 기부했다. 고영서 학생 제공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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