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동식물 보호 등 환경 관련 국제 기념일은 연중 100개 가량이다. 하지만, 국지적으로 특정 동식물에 한해 보호운동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예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구 환경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거처로서 안정감을 빠르게 상실해 가고 있다. 12월 14일 ‘원숭이의 날’까지 이어지는 생물 기념일의 맨 처음이 1월 31일 ‘얼룩말의 날(International Zebra’s Day)’이다.
얼룩말은 흑백 무늬의 강렬한 이미지 덕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초원의 상징으로 꼽힌다. 언젠가 탈레반 억압을 벗어난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마을 주민들이 어린이들에게 얼룩말을 보여주려고 당나귀 몸에 물감으로 무늬를 그렸다는 외신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얼룩말은 아프리카 다큐멘터리에 거의 늘 엑스트라로 등장하다시피 해서, ‘굳이 얼룩말을 왜?’라고 생각할 이들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얼룩말도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이다.
무늬의 배열과 털 모양, 서식지 등에 따라 크게 초원(Plains) 얼룩말과 산(mountain) 얼룩말, 그레이비스(Grevy’s) 얼룩말 등 3개 종으로 나뉘는 얼룩말 가운데 케냐와 에티오피아 초원에서 사는 그레이비스 얼룩말은 한때 2,000여마리로 개체수가 격감했고, 산 얼룩말 아종인 케이프마운틴얼룩말의 경우 1930년대에 거의 멸종 지경에 이르렀다가 보호운동 덕에 근년에 700마리 정도로 불어나 근근이 명맥을 잇고 있다.
얼룩말의 수난 원인도 다른 동물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농업ㆍ목축지 확산에 따른 서식지 감소, 구제역 같은 가축 전염병의 확산, 고기와 가죽을 노린 밀렵 등이 그 원인이다. 특히 농업 확산은 관개시설 확충을 수반해 케냐의 어떤 강(Ewaso Ng’iro River)은 수량이 90% 이상 격감했다.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은 만성적 물 부족 사태로 허덕이고 있다
얼룩말의 트레이드마크인 얼룩 무늬는 포식자들로부터 무리를 보호해 주는 일종의 보호색이다. 강렬한 햇빛 속에 무리를 지어 있으면 어지러운 빛 반사로 포식자에게 시각적 착란을 일으켜 무리 중 취약한 먹잇감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힘들게 한다. 등에 같은 벌레들을 쫓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인간은 예외여서, 그 무늬는 가죽의 욕망을 부추겼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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